태백시 산하 태백관광개발공사가 2008년 함백산 기슭에 세운 오투리조트는 현재 부채가 3580억원에 이른다. 태백시 올해 예산(2900억원)보다 많다.
지난 24일 찾아간 오투리조트 콘도에는 이용객이 거의 없었고, 주차장도 텅텅 비어 있었다. 콘도 외벽의 빗물받이가 떨어져 나가 있었지만, 직원은 "고칠 예산이 없어 내버려두고 있다"고 했다.
콘도 객실에는 에어컨도 없었다. 여름철에는 선풍기를 들여놓는다고 했다. 스키장 경사도 지나치게 가팔라 슬로프 12곳 중 4곳은 사용하지 못한다. 리조트 관리의 핵심인 전산망도 오류 투성이다. 시설이나 관리가 엉망이다 보니 찾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 매년 250억원이 적자 나고 있다. 4400억원을 들여 만든 리조트가 황금알을 낳기는커녕 시 재정을 파탄 나게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오투리조트의 비극은 시장 선거를 의식한 무리한 사업 기획과 엉터리 수요 예측에서 비롯됐다. 2000년 당시 홍순일 태백시장은 스키장 등 리조트를 새로운 산업으로 키우자고 했다. 시가 발주한 용역 보고서는 "리조트를 만들면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사비 중 3000억원은 리조트 회원권 판매로 충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태백시의 장밋빛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2008년 개장 첫해 회원권 분양은 목표액의 18%(687억원)에 불과했다. 실제 관광객 증가 효과도 미미했다.
리조트 공사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초 2885억원으로 예상됐지만 3년 만에 1518억원이 늘었다. 인건비나 광고비,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지 않고 허술하게 공사비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공사비로 1460억원을 대출받았고, 시가 지급 보증을 섰다. 한 해 대출 이자만 80억원에 이르고, 직원들 월급도 두 달째 밀린 상태다. 부채를 감당치 못한 태백시는 2010년 오투리조트를 민간에 매각하려 했지만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오투리조트 실패로 태백시는 전국에서 가장 부채 비율이 높은 '부실 지자체'가 돼 버렸다. 하지만 오투리조트 실패에 책임을 진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부실 시공과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시공사인 코오롱건설은 "제한된 공사비 내에서 최선의 시공을 했다"고 했다. 오투리조트 측은 "최근 경영 상황이 호전돼 객실이 만실(滿室)이고 미스코리아가 합숙훈련을 할 정도로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