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로스쿨에 여성만 입학할 수 있게 한 이화학당의 입학전형 계획을 교육부가 인가(認可)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학생 선발 및 입학 전형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헌재는 30일 로스쿨 준비생 엄모씨 등 2명이 이화여대 로스쿨에 여성만 입학하게 한 것은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 및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대 2(각하) 의견으로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강일원 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재직 시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로스쿨 인가에 관여했다며 이번 결정을 회피했다.

작년 4월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재판연구원(로클러크) 임명식에서 로스쿨 1기 출신 재판연구원 100여명이 임명장을 받고 도열해 있다.

이 사건에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준다는 사립대학의 자율성과, 남성 청구인이 주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했다. 헌재는 "이대가 여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는 사립대학인 이대의 자율성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한다"며 "교육부가 이대의 모집요강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여대로서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이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청구인은 전국의 24개 다른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고 변호사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인가처분으로 청구인이 받는 불이익이 과도하게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진성·조용호 재판관은 "인가처분으로 청구인의 자유가 제한됐다든지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각하 의견을 냈다.

헌재에 지난 2009년 9월 접수돼 법조계와 수험생들의 주목을 받아왔던 이번 사건은 헌재가 약 4년 만에 결론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된 듯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검사와 재판연구원(로클러크) 임용 과정에 로스쿨 성적이 반영된다. 남성 로스쿨생들은 "남녀공학 로스쿨 학생들의 성적과 여학생들만 다니는 로스쿨의 성적을 같이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S대 로스쿨생 Y(31)씨는 "학교에서의 성적은 상대평가인데, 여성들만 경쟁한 학교에서의 성적과 그렇지 않은 학교의 성적을 같다고 보고 공직 임명 과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반적으로 여학생의 학업 성적이 남학생보다 높기 때문에 여대 로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게 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대(女大)에 금남(禁男)의 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인데, 이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주장도 있다. 여대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남학생들이 교환학생 형식으로 들어가서 수업을 받는 등 교류가 활발한데도 대학원에서 남학생을 전혀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대 측에서는 "남성을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학교 교육목표의 핵심이 여성지도자 양성에 있고 120년 된 여자 사립대학의 전통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 헌재의 결정을 두고 인터넷에서도 찬반양론으로 갈려 논쟁이 벌어졌다. 인터넷사이트에선 '남학생만 들어가는 로스쿨도 만들자' '평등권이 침해됐는데 합헌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군 가산점은 위헌이고, 여성 로스쿨은 합헌이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면 한 포털의 로스쿨 준비생 카페에는 '남학생이 이대 로스쿨을 지원하지 못한다고 해도 받는 불이익은 크지 않을 것' '헌재가 결정을 내린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없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