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은 회사에 1년간 신청한 육아휴직이 끝나는 날. 작년 3월에 그랬던 것처럼 나는 또 한 번의 큰 결심을 했다. 회사에 과감하게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후략)'
최근 한 육아 잡지에 한 '아빠'의 글이 실렸다. 글쓴이는 16개월 된 딸의 육아를 전담 중인 30대 직장인 류모씨.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막연하게 '돌이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더 오랜 시간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적었다.
이 칼럼은 한 포털사이트에도 게재됐다. 그러자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16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찬반(贊反) 전쟁터'가 됐다.
◇"얌체 같다" vs. "개인 선택"
상당수 네티즌은 "류씨의 행동이 얌체 같다"고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이런 사람 정말 많이 본다. 업무 분담하며 기다렸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동료들 멘붕 온다"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러니 회사에서 육아휴직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떠드는 것"이라며 "육아휴직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 주는 행동"이라고 했다.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 복직할 때쯤 배불러 있어 한두 달 일하다 다시 출산휴가, 육아휴직, 이후 복귀 때 사직서 내버림. 실제 일한 기간은 1년도 안 되는데 퇴직금은 4년치 타 감"이란 의견도 있었고, "(육아휴직급여란) '눈먼 나랏돈'을 받고 사직한 것" "'먹튀'나 다름없다"는 댓글도 있었다.
옹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 네티즌은 "나름대로 어렵게 한 선택일 텐데 왜 비난하느냐"며 "(동료들 업무 부담 얘기를 하는데) 휴직기간 동안 대체인력도 안 구한 회사가 이상한 것"이라는 의견을 올렸다.
"이게 왜 먹튀이고 얌체인가? 당연히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다 이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보수적 분위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 "육아휴직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오는 건데 어째서 나랏돈을 먹튀한 거냐"는 반박도 팽팽했다.
◇육아휴직 7만명 시대의 명암
이 논란은 '육아휴직 7만명 시대'가 가져온 '빛과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12년 기준, 전국의 육아휴직자 수는 6만4069명. 올해는 7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예상한다.
고용보험기금에서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한 2001년(25명)과 비교하면 2500배 증가한 수치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도 2001년 2명에서 작년엔 1790명으로 늘었다. 육아휴직급여 역시 지난해 총 3577억원으로 해마다 20~30%씩 뛰고 있다. 제도 취지는 "근로자의 육아 부담을 해소하고, 계속 근로를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 안정 및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기업의 숙련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끝나갈 때쯤 '아무래도 일을 못하겠다'며 사표를 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비율은 70~75% 정도. 나머지는 자의·타의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임신 6개월째인 은행원 양모(31) 계장은 "최근 한 선배가 2년간 육아휴직을 쓰고 '애 키울 사람이 없다'며 사표를 냈는데, 몇몇 직원들이 내게 '너도 그만둘 거냐?'고 묻더라"며 "애꿎게 편견을 갖고 보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육아휴직급여
육아휴직자에게 지급되는 급여.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휴직으로 인한 생계 곤란을 방지하기 위해 2001년 첫 지급이 시행됐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며, 육아휴직자는 매월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