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두고 광고 불매 운동과 사이트 폐쇄 주장까지 나오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자신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베의 자극적인 게시물을 무조건 비판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볼 때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치인 풍자다. 일베는 그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들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는 어느 국가에서나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풍자와 조롱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국내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모를 쥐에 비유하며 '쥐박이'로 부르거나, 미혼인 박근혜 대통령이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 전 대통령 모습의 아기를 출산하는 그림이 인터넷에 올려지는 등 정치인을 조롱하고 풍자한 사례는 많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일베에 일부 문제되는 게시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실정법규를 확대 적용하면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베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 잣대를 들이대다보면 나중에 동일한 잣대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만약 일베에 대해 명예훼손 판결이 내려지면 '일베충(일베 회원을 비하해 부르는 호칭)'이란 호칭을 썼다고 해서 (일베 회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책임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며 "명예훼손은 무한 순환할 수 있어 법으로 말을 규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의 성기를 표현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올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등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 온 대표적인 학자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야 할 수준이 있고 일베의 경우에는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도 많다.
일베는 이달 들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홍어'로 비하하며 죽음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허위사실 유포, 인종학살 부인, 하드코어 포르노 등 민주주의 나라에서도 처벌되는 표현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합헌적 제한은 가능하다"고 썼다.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 역시 24일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서는 안된다"고 했고, 박범계 의원도 "일베 문제는 과연 법적인 대응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왔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기 때문에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선진국의 사례처럼 이러한 논란 과정을 거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조롱과 풍자의 기준을 확립해 나가고,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함께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입력 2013.05.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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