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앙금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추억이 됐다. 데이비드 베컴(38·파리 생제르맹)이 한때 불화를 겪기도 했던 '옛 스승' 알렉스 퍼거슨(7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은퇴에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베컴은 9일(한국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스(퍼거슨 감독)는 내 인생 최고의 감독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생활 20년 차, 그동안 수많은 지도자들과 함께 해온 베컴이지만 그 중에서도 퍼거슨 감독과 인연은 특별하다.
지난 1991년 맨유 유소년팀에 입단한 베컴은 1993년 성인팀에 데뷔해 2003년까지 '맨유 간판 스타'로 활약했다.
베컴은 퍼거슨 감독의 지도를 받은 10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6회,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차지했다. 특히 1998~1999시즌에는 정규리그, UEFA챔피언스리그, FA컵을 모두 휩쓰는 '트레블'을 달성하며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최고의 순간을 함께 누렸지만 베컴과 퍼거슨 감독의 끝은 좋지 않았다. 스타보다는 팀을 우선시 하는 퍼거슨 감독의 확고한 '축구 철학'이 베컴과의 불화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2003년 2월15일 아스날과의 FA컵 16강전에서 0-2로 완패한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베컴과 말다툼을 벌였다. 화를 삭이지 못한 그는 축구화를 걷어찼고 이로 인해 베컴은 눈 주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일명 '축구화 사건'이다.
베컴은 4개월 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겼다. '퍼거슨의 아이들' 중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했던 베컴의 이적은 당시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가 결별의 가장 큰 이유였다.
10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하듯 베컴도 퍼거슨 감독과의 앙금을 모두 털어낸 모습이다.
베컴은 "퍼거슨 감독의 은퇴 소식을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며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한 후 팀을 떠날 때까지 약 12년 동안 그는 내게 있어 마치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수차례 말해왔지만 '보스'는 내가 함께 한 지도자 중 가장 위대한 감독이었다"며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퍼거슨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아울러 베컴은 "퍼거슨 감독 아래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감사합니다. 보스 남은 인생을 즐기세요"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