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양유업 영업관리소 팀장이 아버지뻘인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떠넘기며 폭언과 협박을 한 이른바 '갑(甲)의 횡포'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의 불공정 거래 행위 엄단 방침과 관련,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6일 '남양유업대리점 피해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대리점주에게 제품을 강매한 혐의 등으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등 임직원 10여명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일 남양유업 본사와 서울서부지점 사무실 등 3곳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작년 5월부터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터넷 발주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대리점 업주가 발주한 것보다 많은 물량을 강매시켰다며 지난달 초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남양유업은 조직적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유제품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떡값'을 요구해 윗선에 상납하도록 한 의혹도 받고 있다.

협의회 회장인 대리점주 이창섭(40)씨는 6일 서울 남대문 1가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월 말부터 99일째 집회를 연 이씨는 "떡값 요구나 폭언은 일부 직원의 돌출 행동이 아니다"며 "3년 동안 내가 밀어내기로 피해를 본 것만 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말한 '밀어내기'는 식품업체가 개별 사업자인 대리점이 요청하지도 않은 제품을 떠넘기는 것을 말한다. 식품업체 본사가 대리점에 물건을 내주면 대리점은 마진을 남기고 물건을 팔아 본사에 대금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종종 강매한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 식품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을 통해서 물건을 팔면 물류 비용이나 보관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본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앞서 협의회는 올 1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남양유업을 신고했다. 남양유업은 이에 이창섭씨 등 대리점 업주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맞고소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최근까지 대리점 업주들이 자료를 임의로 조작해 인터넷과 언론에 퍼뜨렸다고 주장해왔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던 상황은 검찰의 압수 수색 직후 협의회에서 인터넷에 공개한 녹취 파일로 판도가 바뀌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인터넷에 공개된 녹취 파일이 고소된 혐의와 뚜렷한 관련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절차에 따라 증거 확보 차원에서 압수 수색을 했고, 현재 수사 초기 단계로 조만간 실무 직원부터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겸허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