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완벽해 보이는 그 남자의 수치심은 과연 무엇일까?'

아시아 주요 국가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무삭제, 무수정 개봉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셰임(SHAME, 스티브 맥퀸 감독)'은 말그대로 수치심을 담은 영화다. 내면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밀고 나와 주인공을 괴롭히는 욕망은 수치심으로 변해 그를 파멸로 몰아간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된 '셰임'은 배우의 노출도 분명 연기의 한 부분임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주인공인 영국 출신 배우 마이클 파스벤더는 어떤 블러 처리 없이 온 몸을 장시간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시킨다. 조각같이 잘 다듬어진 몸매는 매혹적이지만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맨살에서 관객은 어떤 자극적인 감상보다는 깊은 절망을 느낄 수 있다.

브랜든(마이클 파스벤더)은 단 번에 여자를 홀리게 만들 만한 멋진 외모와 젠틀한 매너, 그리고 일적인 부분에서도 유능함을 겸비한 완벽한 뉴요커다. 좋은 집에 살고 부족함 없이 생활하는 도시남. 하지만 그에게는 비밀이 있다. 그는 섹스 중독으로 24시간 괴로워하며 자기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 한다. 그의 컴퓨터는 온갖 난잡한 영상들로 가득 차 있고, 직장 화장실에서도 수시로 마스터베이션을 한다. 지하철에서 끈적한 눈빛을 보내는 여자에게 성욕을 느껴 뒤쫓아나가고, 수많은 여성과 일회적인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그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점점 더 허무해질 뿐이다.

영화에서 섹스 중독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브랜든은 정작 호감을 갖고 만난 여성과 데이트를 하면서도 육체적으로 진지한 관계를 나누지 못한다. 누가 누군가를 만나 유대관계를 맺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브랜든은 점점 더 센 자극이 필요한 자신에게 고통스러워하면서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고뇌하고 번민한다.

영화는 또 다른 인물을 통해 주제를 완성한다. 브랜든의 여동생 시씨다. 이 역을 맡은 캐리 멀리건 역시 전라 노출을 감행하며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 그녀는 브랜든과 반대로 애정결핍자처럼 관계에 집착하고 사랑을 갈구하며 유대관계에 목말라 한다. 시씨를 차갑게 거부하는 브랜든이지만, 그는 가수인 시씨의 노래를 들으며 남모래 눈물을 흘릴 만큼 감성적 비애에 젖어있다. 하지만 브랜든은 그녀를 자신을 옭아매는 'trap'(올가미)이라 표현하며 가족간의 관계에서도 정상적인 유대를 갖지 못한다.

'버라이어티'는 어떤 감독도 '셰임'의 스티프 맥퀸처럼 섹스 중독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고, 파스벤더는 카메라 앞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자신을 발가벗긴다고 평했다. 탕웨이, 왕조위 주연 영화 '색, 계'가 남녀간의 섹스를 통해 권력의 관계를 심도 있게 그려냈다면 '셰임'은 소통의 단절에 고통받는 현대인의 모습을 섹스 중독이라는 소재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브랜든의 변화가 감지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마지막 파스벤더의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표정은 그의 선택을 궁금하게 만든다.

브랜든에게 호소하는 시씨의 대사는 보는 이의 마음 깊이 파고든다. "We're not bad people. We just come from a bad place(우린 나쁜 사람이 아니잖아. 우린 단지 나쁜 장소에 왔을 뿐이야)." 5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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