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北근로자들.

북한이 지난 9일 개성공단에서 철수시킨 근로자를 대부분 농촌에 배치하고 일부는 북한 내 다른 공장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져 북한 당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개성공단 폐쇄를 기정사실화 하고 준비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가 30일 보도했다.

또 개성공단이 향후 북한 체제의 위협요소가 될 경우 공단을 폐쇄하라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북한 당국이 공단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북한 노동당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고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한의 근로자 중 약 3분의 2는 농촌 등지에, 나머지 3분의 1은 북한 내 다른 봉제공장에 재배치했다는 얘기를 지난주 평양에서 온 북한의 고위관료로부터 들었다"며 "북한 당국이 철수시킨 개성공단 근로자를 신속하게 재배치한 것을 볼 때 사전에 개성공단 폐쇄를 작정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철수시킨 근로자를 그렇게 빨리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수는 없을 것이며 공단에 남아있던 남한 기업 직원의 식량과 의료품 통관까지 막지는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개성공단에는 그동안 약 5만3000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근무해왔다. 북한 근로자들은 지난 8일 북한이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의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밝힌 다음날부터 모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대북소식통도 "개성공단 근로자를 이미 다른 곳으로 재배치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확인했다고 RFA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그 사실 만으로는 북한당국이 개성공단 폐쇄를 사전에 작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개성공단 문제가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공단 근로자의 생계를 위해 임시로 재배치한 것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지난 27일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한국 직원이 철수하는 장면을 한국 TV방송을 통해 지켜본 뒤 "조선(북한)에서 개성공단도 금강산 시설물처럼 먹어 치우자는 수작이지 뭐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 생계도 곤란을 겪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선에서 그런 걱정을 다하면 조선 백성들이 지금처럼 굶주림에 허덕이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남조선 TV를 보면 조선을 몰라서 그런지 한심한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데일리NK에 따르면 평양 당 간부는 29일 통화에서 "개성공단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남한 사회에 관심을 두거나 동경심을 갖는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이 김정일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면서 "김정은은 '기회를 보다가 공단을 과감하게 폐쇄해 버리라'는 김정일의 생전 유훈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에 따르면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확대 계획이 발표된 이후 "몇 년 동안 개성공단이 잘 운영되면서 주민 생활이 눈에 띄게 좋아져 모두 다 환영하는 분위기"라는 해당 책임일꾼의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정신이 덜 들었구나, 당 정책을 전혀 모르면서 까불어댄다"며 다음날 그를 해임·철직(撤職)했다.

이 소식은 2008년 초 당 및 내각 간부 뿐만 아니라 일부 주민에게도 알려졌고 "개성공단이 향후 김정일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폐쇄될 수 있다"는 소문이 당시 돌기도 했다는 것이 이 간부의 전언이다.

그는 "김정일은 늘 당 간부들에게 '개성공단에 절대로 기대를 걸지 말라'고 강조했다"면서 "개성공단 문제는 한갓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선전수단으로만 활용돼 온 것이며, 이번에 남한은 북한의 올가미에 걸려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