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집 근처에서 성추행을 당한 딸의 어머니 김모(여ㆍ43)씨가 29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

"여자아이가 처참하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기사에 웃고 떠들고, 모욕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어요. 짐승만도 못한 놈들, 이것들이 사람인가…. 분노와 공포에 치를 떨었어요."

29일 서울 양천구 한 병원에서 만난 김모(여·43)씨는 지난해 6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딸이 대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한 얘기를 하며 눈물을 삼켰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딸을 치유하기 위해 온 가족이 매달렸다. 그러나 더 큰 아픔은 사건 이후에 찾아왔다. 작년 11월쯤 딸과 비슷한 또래 아동이 성폭행당한 기사에 붙은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을 보고 그는 혼절했다. 억울하고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을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이 조롱하고 능욕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

김씨는 곧바로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처분하고, 인터넷을 끊었다. 딸의 스마트폰도 인터넷을 쓰지 못하도록 바꿔버렸다. 그는 "딸아이가 이런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상처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딸에게는 '절대 인터넷 댓글을 보면 안 된다'고 당부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김씨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오늘 딸이 인터넷 댓글을 보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엄마의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느냐"며 "언젠가는 딸이 그 댓글을 보게 될 거라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