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케이팝스타2'(SBS) 우승팀 '악동뮤지션'은 여러모로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악동뮤지션은 선교사 부모를 따라 몽골로 이주, 2년간 홈스쿨링 하며 자작곡을 쓰고 부른 남매 듀오. 정식 음악 교육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이들이 남다른 재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엔 몽골 특유의 자유로운 교육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맛있는공부는 악동뮤지션처럼 '흔치 않은 유학국'을 택한 가정을 수소문했다. 이들의 사례에서 '제3국 유학 팁'을 얻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case1 남아프리카공화국ㅣ 민병두·슬기 부녀
영어권 유학 용이… 승마·골프 교습비도 저렴

민병두씨 가족

민병두(54·케이프타운 더반빌)씨는 지난 2004년 명예퇴직 직후 가족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으로 건너왔다. 처음엔 2년쯤 어학연수 후 귀국할 요량이었지만 현지 교육 환경이 마음에 들어 정착했다. 내친김에 그는 유학생용 홈스테이 프로그램 ‘남아공찰리하우스(blog.daum.net/mindu502)’도 운영 중이다.

민씨는 남아공 유학의 장점으로 영어 학습과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들었다. “남아공은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만큼 대부분 학교가 영어로 수업합니다. 캐나다·호주·미국 등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 용이한 구조죠. 승마·골프 같은 고급 스포츠를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특히 승마장은 웬만한 동네마다 있고 교습비도 회당 1만원으로 부담 없어요.”

사교육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일과가 일찍 끝나는 것도 남아공 유학 생활의 특징이다. 민씨에 따르면 남아공 초등생은 3학년 때까지 시험이 없고 평균 취침 시각은 오후 8시 전후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 2에 해당하는 민씨의 딸 슬기(큐로사립학교 11년)양도 오후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남아공 유학생은 대부분 케이프타운 등 상류층 거주지에 머문다. 연간 유학비(중·고생 기준)는 2500만원 내외. 민씨는 “학비와 숙박비(홈스테이 기준)는 물론, 스포츠 교습비까지 모두 포함한 금액”이라며 “치안이나 생활수준 등을 두루 고려할 때 그리 비싸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case2 카자흐스탄ㅣ 김인숙·박진선 모녀
초·중·고교 과정 한 학교서… 유럽 유학 수월

김인숙씨와 딸 박진선양

김인숙(44·아스타나)씨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학제는 몽골과 비슷해서 총 11개 학년(1~11년)이 한 학교에서 공부한다. 학생 입장에선 상급 학교 진학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은 구조다. 김씨의 딸 박진선(누르오르다국제학교 10년)양이 꼽는 카자흐스탄 학교의 장점은 ‘모든 학생이 공부에 매달리지 않는 학풍’. 김씨는 “카자흐스탄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자녀 교육에 대한 욕심은 상당 부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창기엔 한국 들어갈 때마다 수학책을 1년치씩 사 와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보다 수학 진도가 느린 데다 주입식 교육도 먹히지 않더군요. 결국 제가 포기했죠. 얼마 전 중 2 자녀와 카자흐스탄에 온 한 어머니의 말을 빌리면 카자흐스탄 유학은 사춘기 자녀 교육에 좋대요. 공부 때문에 잔소리 할 일이 줄어든다나요.”

카자흐스탄 유학을 결심했다면 초급 러시아어 정도는 떼야 한다. 현지 학교에 들어갈 경우 한국 귀국이 어려워지는 건 단점. 12학년제 학교 재학 경력만 인정하는 국내법상 (11학년으로 운영되는) 카자흐스탄 학제는 인정되기 않기 때문. 반면, 유럽권 대학 입시 공략은 비교적 쉽다. 박양 역시 유럽 쪽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교내에서 진행 중인 케임브리지 AS레벨 수업을 듣고 있다(AS레벨 1년 교양 과정을 이수하면 이를 인정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case3 브라질ㅣ 장춘자·김효주 모녀
국내 대기업 취업 시 가산점… 학비는 비싼 편

김효주씨

장춘자(51·상파울루 벨렝)씨는 "브라질엔 상류층을 겨냥한 교육 시설이 상당히 발달돼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고등학교는 재학생을 밤늦게까지 잡아두지 않아요. 그 덕에 딸아이는 고교 시절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예체능(수영·태권도·피아노 등)과 어학(스페인어·영어·한국어) 수업에 주력했죠. 즐거워하는 아이 모습을 보니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가 안 나더군요." 고교 졸업 후 대학생(상파울루주립대 법학과 1년)이 된 장씨의 딸 김효주씨는 "브라질 사람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거의 안 먹는 대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다"며 "건강한 식생활도 학창 시절 체력 유지에 단단히 한몫했다"고 말했다.

브라질로 건너온 한국인은 대부분 상파울루 내 한인타운 '봉헤찌로'에 모여 산다. 최근엔 치안이 비교적 좋은 교외 지역 거주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물가와 학비는 꽤 비싼 편이다. 브라질의 대표적 한국인 커뮤니티 '하나로닷컴'을 운영하는 인선호 대표는 "4인 가족 기준 1개월 생활비는 500만원 내외, 중학교 월별 등록금은 100만원 내외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브라질 유학 경험은 국내 대기업(현지 지사) 취직 시 상당한 '가산 요인'이다. "최근 일부 한국 대기업이 브라질에 진출하며 현지 언어 능통자를 뽑는 경우가 부쩍 늘었어요. 올해만 해도 삼성물산·삼성전자·포스코건설 등이 하나로닷컴에 구인 공지를 올렸죠."(인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