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록 밴드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챠우챠우'가 한국 최고의 인디 음악으로 꼽혔다.
박준흠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최근 대중음악 전문가 36명을 상대로 '한국 인디 음악 명곡'을 설문조사한 결과 총 20명이 델리 스파이스의 데뷔곡 '챠우챠우'를 꼽아 '가장 많이 추천받은 인디 음악'이 됐다고 24일 밝혔다.
박 교수는 '한국 인디 음악'을 1996년 드럭레코드에서 내놓은 음반 '아워 네이션(Our Nation)' 이후 발표된 음악 가운데 상업 자본을 배제하고 제작한 것으로 한정했다. 대중음악 평론가와 음악잡지 편집장, 라디오 PD 등 총 36명이 각각 10곡씩 추천했으며, 이 가운데 2회 이상 추천받은 곡은 모두 113곡이었다. 응답자들은 향후 각자 추천한 곡들에 대한 리뷰와 추천 이유를 집필할 예정이며, 이 원고들은 7월 중 '한국 인디 명곡 100선(가제)'이란 단행본으로 묶여 출판될 계획이다. 인디 음악은 물론 한국 대중음악사를 통틀어 이 같은 기획이 시도된 것은 처음이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가사가 계속 반복되는 노래 '챠우챠우'는 델리 스파이스가 1997년 데뷔 앨범에서 발표했다. 이 가사는 인디 음악이 태동한 1990년대 중반, 언론에서 인디 뮤지션을 '괴상하고 웃기는 아이들' 식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 화가 난 델리 스파이스 멤버 김민규가 썼다. 애초 가사 전체를 곡목으로 하려 했으나 너무 길다는 이유로 중국산 개 이름인 '챠우챠우'를 별 뜻 없이 붙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추천자들은 "'챠우챠우'는 한국 인디 음악의 작품성과 감성을 제대로 알린 최초의 인디 히트곡"이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김민규(기타)·윤준호(베이스)·최재혁(드럼)으로 출발한 델리 스파이스는 현재 김민규와 윤준호 두 명과 객원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챠우챠우' 다음으로 많이 추천받은 노래는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로, 각각 19회씩 추천받았다. 그다음 최다 추천곡은 국카스텐의 '거울'(9회)이었고, 6명으로부터 추천받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백현진의 '학수고대했던 날',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 아소토 유니온 'Think About'chu', 허클베리 핀 '사막'이 그다음을 이었다. 7월 발행될 단행본에서는 순위를 따로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델리 스파이스 첫 앨범이 메이저 기획사인 '뮤직디자인'에서 나왔으므로 인디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 밴드는 명백히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다가 메이저에 발탁된 경우여서 포함시키기로 했다.
대중음악 평론가이기도 한 박준흠 교수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명곡' 같은 책들이 모두 외국 음악을 대상으로 했다는 데 착안해 이런 기획을 시작했다"며 "작사·작곡·연주 같은 음악의 본질을 중심으로 한국 인디 음악 전반을 되짚어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