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무색·무취·무미라는 말은 가장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색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다는 뜻.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내용이다. 물은 탄산, 칼륨 등 첨가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그렇다면 색은 어떨까? 분명 수돗물은 투명한데 색이 없다 하기엔 바닷물이 무척 푸르기도 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물은 투명한데 바닷물은 푸르다?
얇은 유리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투명한 유리다. 만약 이 유리가 10장, 20장 겹쳐지면 어떨까? 아마도 구슬처럼 점점 투명한 푸른빛으로 변해갈 것이다. 유리는 너무 얇아서 색이 보이지 않을 뿐 원래 투명한 푸른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수돗물을 틀면 투명한 흰색이지만 물이 가득 모여 있는 바닷물이 푸르게 보이는 건 원래 물이 가지고 있던 색이 투명한 푸른빛이기 때문이다. 또 빛의 스펙트럼에 의해서 빨간색, 주황색 등은 물속으로 흡수되지만, 푸른색만 남아서 퍼지기 때문에 더욱 물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서해·백해·흑해, 바닷물의 색을 변하게 하는 요소
투명한 푸른색인 바닷물은 날씨나 바닷물 속에 사는 생물, 침전물, 주변 환경에 의해서도 그 색이 바뀐다. 같은 바다라 할지라도 맑은 날에는 보다 푸른빛이고 흐린 날에는 잿빛, 해가 저물녘에는 붉은빛이 보인다.
바닷속에 사는 생물에 따라서 색이 바뀔 수도 있다. 육지에 가까운 연안은 식물플랑크톤이 많아서 녹색으로 보이지만 먼 바다는 식물플랑크톤이 적어서 짙푸른 푸른빛을 보인다. 식물플랑크톤이 증가하여 적조가 생기게 되면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렇다면 휴양지의 아름다운 옥빛 바닷물은 어떻게 된 걸까? 이것은 산호초가 부서져서 생긴 빛나는 모래가 바닥에 깔려 있어서다. 옛날부터 보석으로 사용되던 산호이니 그럴 만도 하다.
주변 환경도 영향을 준다. 황해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 서해는 중국에서 진흙이 흘러들어와 바닷물이 누런빛을 띤다. 북아프리카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는 물속에 붉은 색소를 가진 조류가 많이 살고 있어서 붉은빛이 돌고 적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밖에도 색을 띠는 바다는 백해와 흑해가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백해는 1년 중에 절반 이상이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있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동유럽과 터키 사이에 있는 흑해는 바닷속 저층이 오염되어 산소가 부족하고 황화수소가 많아 어두운색으로 보인다.
이렇게 물은 다채로운 색깔과 향을 가지고 있고, 워터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맛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물은 '유색·유미·유취'인 것이다.
글·사진 제공 : 맛있는 水多~ K-water (http://www.blogkwa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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