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어느 쪽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참의원(參議院) 답변에서 일본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관련해 한 답변이다. 일본의 '침략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발언이다. 고상두 연세대 교수(유럽지역학)는 아베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그렇다면 히틀러의 폴란드 침략도 침략이 아니라는 궤변이 된다"며, "독일에서라면 총리직을 사퇴해야 할 발언"이라고 했다.

A급 戰犯 14명 合祀하는 곳… 1989년 이후 최대 규모 참배… 일본 여야 국회의원 168명이 23일 도쿄에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춘계 예대제(제사)를 맞아 집단 참 배하고 있다.‘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인 오쓰지 히데히사(오른쪽에서 다섯째 흰 머리 남성)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왼쪽 정 장 여성) 자민당 정조회장,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맨 왼쪽) 일본유신회 의원 등이 참배하려고 신관을 따라 신사로 들어가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한 침략 전쟁 관련자들을 합사(合祀)하는 곳이다. 이번에 참배한 인원은 국회의원 참배 기록이 남아 있는 198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아베 총리는 전날 국회 답변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는 계승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발표한 담화이다.

아베 총리 내각이 이처럼 과거사를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아베가 식민지배 과거사를 분칠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무서울 만큼 우익 성향인 (아베) 내각은 이 지역에 나쁜 징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 헌법은 점령군에 의해 만들어졌다"면서 "일본 국민이 항구적 평화를 염원한다는 헌법 전문은 국민의 안전과 목숨을 타국의 선의에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를 개헌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일본 각료들이 22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이어 23일 일본 중·참의원 168명이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했다. A급 전범들이 합사(合祀)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의원들의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기록이 남아 있는 1989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밝혔다.

일본 각료와 의원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선 일본 언론들조차 비판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각료의 언동을 포함해 자제를 요청"했고, 마이니치(每日)신문도 "북한문제에 대한 한·중과의 연대를 어렵게 해 일본 국익을 손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