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26)와 데니스 대처(36)의 1951년 결혼식. 신랑이 재혼이어서 신부가 흰 웨딩드레스를 입지 못하고 푸른색드레스를 입었다.

"대처는 자신의 야망을 뒷받침할 남편감을 주도면밀하게 골랐다."

23일 영국에서 발간된 고(故)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공식 전기(傳記) '후퇴는 없다(Not for Turning)'에서 그녀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났다. 이 책은 대처 측의 공식 인증을 받은 유일한 전기로, 텔레그래프 기자 출신 찰스 무어(57)가 저술했다. 사후(死後) 발간을 전제로 1997년 착수됐으며 곧 2편도 출간된다.

전기에 따르면 대처가 결혼 전 사귄 남자는 최소 3명이었다.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첫 남자친구는 부잣집 아들 토니 브레이였다. 그는 가난한 가겟집 딸인 대처와의 결혼을 고심하다 결국 헤어졌다. 브레이는 "마거릿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진 않았지만 집안 얘기는 하기 싫어했다"며 "나도 돈을 아끼느라 엄격한 마거릿의 가정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고 회상했다.

24세에 정치에 입문한 대처에게는 구애한 남자가 많았다. 농부 윌리엄 컬렌은 적극적인 물량공세를 펼쳤다. 대처는 언니 뮤리엘에게 쓴 편지에서 "윌리가 송아지 가죽 핸드백을 사줬는데, 내가 살 수 있는 것보단 두 배쯤 비싸다"며 "어쨌든 좀 더 만나줘야 할 것 같다"고 썼다. 대처는 몇 달 뒤 "농부 남편이 내게 도움이 될까? 그 집안 여자들은 모두 살림밖에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컬렌을 언니 뮤리엘에게 소개했고,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형부-처제 사이가 됐다.

이어 대처는 10세 연상의 이혼남이자 사업가 데니스 대처를 만났다. 첫 만남 이후 언니에게 "런던에 아파트가 있대. 돈이 많다는 얘기지"라고 전했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이 생각만큼 부자가 아니어서 생활비를 나눠냈으며 커튼도 직접 만들어 달아야 한다"고 했다. 데니스 대처는 정치인 아내를 성실히 외조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처가 포클랜드 전쟁 당시 해군 지도조차 읽을 줄 몰라 쩔쩔맬 때,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남편이 '막후 과외'를 해줬다.

'이념적 동반자'로 불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나온다. '연인 관계 아니냐'는 의혹까지 있었지만 사실은 '섭섭한 게 많은 사이'였다. 포클랜드 전쟁 때 레이건이 영국 편을 들지 않고 아르헨티나에 유리한 평화협상안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대처는 작가 무어에게 "레이건에 관해선 씁쓸한 기억이 많지만, 전기엔 그냥 좋게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