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 집하장에는 이날 하루 이 지역 15개 동(洞)에서 모아온 쓰레기 91t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소각장이나 인천 수도권 매립지로 가기 직전의 쓰레기다.

기자가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무작위로 쓰레기종량제 봉투 30개를 쏟아 내용물을 살펴봤다. 20L 봉투를 뜯자 지저분한 담요와 개 사료 캔, 비닐봉지, 담뱃갑이 쏟아져 나왔다. 과자와 라면 봉지엔 재활용해야 한다는 분리 배출 마크가 선명했다. 다른 봉투들도 마찬가지였다. 참치 캔·신발·인형 등 재활용해야 할 쓰레기가 버젓이 들어가 있었고 비닐봉지가 가장 많았다. 폭발 위험이 있는 스프레이 캔이나 폐건전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환경미화원 박만열(60)씨는 "재활용할 것들만 일부러 모아 쓰레기봉투에 넣은 것 같을 정도"라 했다.

17일 서울 광진구 광장쓰레기집하장에서 정경화 기자가 환경 미화원과 함께 종량제 봉투를 열어 재활용품을 골라내고 있다. 이날 뜯어본 종량제 봉투 30개의 내용물 중 3분의 2는 종이·캔·비닐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였다.

광진구는 지난 2월에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으로 쓰레기종량제 봉투 내용물을 무작위로 조사해 재활용해야 할 쓰레기가 일반 주택가는 평균 62%, 아파트는 48%나 포함된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 기자가 이날 뜯어본 봉투 30개에 들어 있던 쓰레기 450L 중 300L(약 66%)는 재활용 가능한 것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종량제 도입 이후 병·캔 분리 배출은 정착됐지만 부피가 작은 비닐이나 종이류를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며 "서울의 다른 구도 광진구와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라 불린다. 서울에서만 하루 3500t 배출된다. 시는 이 중 2500t을 소각하고 나머지는 인천 수도권 매립지에 묻고 있다. 침출수 유출, 지반 안정 등 문제로 매립보다 소각하는 게 세계적 추세지만, 서울시 소각 용량이 2850t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의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은 연간 50억원 수준이다. 광진구 관계자는 "일반 쓰레기에 섞인 재활용 쓰레기가 최소 55%라는 조사 결과대로라면 재활용 쓰레기만 잘 분리해도 처리 비용을 연간 27억원 아낄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연간 1100억원 수준인 처리 비용 중 5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활용돼야 할 쓰레기가 가뜩이나 부족한 매립지로 가는 것도 문제다. 1980년대 서울 난지도 쓰레기장이 꽉 차자 서울·인천·경기도는 인천에 수도권 매립지를 만들어 일반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다. 1매립장은 이미 매립이 끝났고, 현재 사용하는 2매립장도 매립률이 80%에 달해 2016년 사용이 끝난다. 서울시는 추가로 3, 4매립장을 조성해 2044년까지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인천시가 수년째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6년 이후 쓰레기 대란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이달 말쯤부터 무작위로 쓰레기봉투를 조사해 재활용 품목이 나오면 트럭째 돌려보내겠다고 예고했다.

각 지자체는 일반 쓰레기의 양 자체를 줄이기 위해 분리 배출 캠페인 전단을 보내는 등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더구나 일단 종량제 봉투에 들어간 쓰레기를 뒤져 재활용 가능 자원을 분리해 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울시 박종수 자원순환과장은"쓰레기 분리 배출에 대한 시민 의식을 하루빨리 개선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