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네는 명함에 한 손엔 꽃게, 다른 한 손엔 소주잔을 든 채 침을 질질 흘리는 웬 남정네가 그려져 있다. "아, 이거요? 저예요." 웹툰 작가 권순호(37)씨다.
1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덤덤했다. "싸이가 이렇게까지 뜰 줄 몰랐죠. 그분 팬인데, 월드 스타가 되니깐 기분 좋아요." 그는 싸이의 5집과 6집 앨범 삽화를 담당했다. '강남스타일'에 싸이의 코믹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일등 공신이다. "'강남스타일'이 싸이의 6집 앨범이니 소속사 측에선 '6'이란 숫자를 강조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숫자 가운데에 싸이 얼굴을 넣는 식으로요." 더 재밌는 걸 찾다 탄생한 게 '인어'다. "싸이를 인어로 변장시켜 꼬리를 '6' 모양으로 돌려버렸죠."
싸이 덕에 유명세를 탔다. 지난 2월, 권씨의 싸이 캐릭터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제작됐다. "싸이가 콘서트 할 때마다 티켓 보내줘요. 한결같은 사람이라 좋아요."
어둡고 기괴한 한 컷 만화 '호조툰'을 만들어 개인 홈페이지('호조넷')에 올린 게 2002년. "'엽기 동화' 버전이죠. 익숙한 동화를 전혀 다른 식으로 비튼 거에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 선장을 닮은 흥부, 백설공주에게 키스한 왕자 때문에 열 받는 난쟁이가 그 예다.
서울의 한 실업계 고교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곧장 입대했다. "갈 대학은 없고 영장이 나와서"가 그 이유. 제대 직후 컴퓨터그래픽을 배웠고, 넥슨 그래픽 디자이너로 5년간 일하다 퇴사했다. "'내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퇴직금 3000만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2008년엔 스페인 산티아고로 가 탐방기를 책('어찌 됐든 산티아고만 가자')으로도 남겼다. 그림도 쉬지 않고 그렸다. 부업 삼아 싸이월드 미니홈피 스킨도 만들고, 휴대전화 바탕화면도 그렸다. 그 와중에 탄생한 게 '시니컬 토끼'다. 뚱한 표정의 이 토끼 캐릭터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제작됐다.
요즘은 작은 게임 회사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언젠가 제 그림이 질릴 때가 오겠죠. 그래도 계속 제 스타일대로 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