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박현철 기자] 2004시즌을 끝으로 현대 유니콘스의 ‘국민 유격수’ 박진만(37, SK)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현대 선수단을 사실상 이어받은 히어로즈가 2008시즌 강정호(넥센)를 주전으로 낙점하기까지 함께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이들. 신생팀 NC 다이노스에서 다시 만난 지석훈(29)과 차화준(27)의 18일 대전 한화전은 희비가 엇갈렸다.

NC는 지난해 말 2년차 우완 김태형을 넥센으로 보내며 우완 임창민과 함께 내야수 차화준을 영입했다. 공익근무 후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지 못했으나 빠른 발을 갖춘 내야수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한 NC가 차화준을 선택했다. 이후 지난 18일 NC는 다시 한 번 넥센과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우완 계투 송신영, 2년차 사이드암 신재영을 주고 내야수 지석훈과 이창섭, 외야수 박정준을 데려왔다. NC로 간 세 명은 모두 1군 엔트리에 포함되었고 지석훈과 박정준은 곧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시간 차를 두고 NC에 입단한 이적생 지석훈과 차화준이 모두 박진만의 이적 이후 현대-히어로즈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펼쳤던 이들이라는 점. 지석훈과 차화준 외에도 현재 넥센 주전 유격수인 강정호와 롯데로 이적한 황재균이 현대-히어로즈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바 있다.

먼저 앞서간 이는 차화준이었다. 2005년 경주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로 현대 유니폼을 입은 차화준은 2006시즌 100경기 2할4푼8리 8타점 4도루 10실책을 기록하며 그나마 젊은 유격수 요원 중에서는 앞서 나갔다. 이듬해에는 지석훈이 89경기에 나서 1할8푼2리 2홈런 17타점 8실책의 성적을 올렸다. 2006시즌부터 강정호, 황재균이 입단 후 가세했고 강정호가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 젊은 선수들이 각축전을 벌인 자리다.

강정호가 주전 유격수로 기회를 잡기 시작한 뒤 지석훈과 차화준은 병역 공백 등으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8시즌 후 공익근무 입대한 차화준은 2012시즌에야 뒤늦게 1군 무대를 밟았으나 8경기 4타수 1안타의 성적 만을 남겼다. 지석훈도 2008시즌 후 상무에서 복무한 뒤 넥센에 복귀했으나 주전으로 출장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장타력까지 뽐내며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굳힌 강정호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지석훈과 차화준은 결국 NC에서 재회했다. 먼저 NC에 둥지를 튼 차화준은 시즌 초반 주전 2루수이자 테이블세터로서 좋은 스윙을 보여줬다. 그러나 16~18일 대전 한화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이 이어지고 말았다. 올 시즌 차화준의 성적은 13경기 2할7푼1리 2타점 2도루 4실책(18일 현재). 16, 17일 실점으로 이어진 결정적 악송구로 인해 시름을 안긴 차화준이었다. 결국 NC는 계투 주축 송신영을 내주는 대가를 감수하며 야수층을 두껍게 했다.

올 시즌 넥센에서 1군 단 한 경기 출장 후 2군에 있던 지석훈은 NC로의 트레이드 통보를 받고 전남 강진에서 대전으로 박정준, 이창섭과 함께 올라갔다. 오후 5시 경 쯤 대전구장에 도착한 상태로 얼떨떨하게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눈 뒤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라인업까지 이름을 올린 지석훈. 그런데 그가 18일 경기서는 NC에서 가장 분전한 선수로 꼽혔다.

3회 이학준의 날카로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 후 재빨리 1루 송구해 범타로 이끈 지석훈은 2회 유격수 땅볼로 1타점을 올린 데 이어 2-4로 뒤진 6회초 1사 만루서 상대 좌완 유창식의 공을 끌어당겨 3타점 역전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NC는 5-8로 패했으나 지석훈은 혼자 4타점을 올렸다. 반면 차화준은 7회말 1사 1,2루서 이대수의 땅볼을 그라운드에 떨구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는 역전패 빌미로 작용했다.

경기 후 지석훈은 “강진 2군 캠프에서 곧바로 왔는데 얼떨떨해서 피곤할 겨를이 없었다”라며 “2군에서부터 타격감이 좋았다. 경기 전 많이 떨렸는데 하다 보니 긴장이 풀렸고 자신감이 생기더라. 팀에 꼭 필요한 선수 되겠다”라며 이적생으로서 소감을 밝혔다. 반면 차화준은 시즌 초반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상승세를 잇지 못하며 연이은 실책으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NC는 차차 배워가며 경험을 쌓는 팀. 지석훈의 활약도 아직 이적 후 1경기 뿐이다. 차화준이 지난 3경기의 실책 여파를 딛고 다시 도약할 수도 있다. 현대 시절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던 2년 터울 선후배는 NC에서 어떤 활약상으로 팀을 살찌우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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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