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기자]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지만 유독 눈이 가는 한 사람이 있다. 본인은 영화 속에서 워낙 불쌍한 캐릭터라 그런 것일 거라며 웃지만 비단 캐릭터의 이유 뿐만은 아니리라. 불쌍한 여인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면 시선이 가지도 않았을 테니까.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 영화 '노리개'에서 희생된 여배우 정지희 역을 맡은 배우 민지현의 이야기다. 배우가 되고 싶은 일념 하에 성상납이라는 끔찍한 일을 견디다 결국은 목숨을 버린 다소 어려운 인물을 민지현은 뛰어난 감정연기로 소화해냈다. 게다가 여배우로서 망설일수 있는 수위높은 노출도 감행했다.
사실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엔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지현 이름 석자를 알린 케이블채널 CGV드라마 'TV방자전'에서 이미 한차례 노출을 감행한 바 있기 때문.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민지현은 'TV방자전'에 이어 '노리개'까지 자신의 이미지가 노출로 굳어질까봐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민감한 소재나 노출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런 소재의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찰나에 '노리개' 시나리오가 와서 되게 반가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TV방자전'에서 노출이 있었으니 이 작품을 또 하게 되면 이미지가 노출로 굳어질까봐 겁이 났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다른 배우가 '노리개'를 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느니 내가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죠."
연예계 성상납을 다룬 작품이다보니 영화에는 민지현의 수위 높은 베드신이 몇 차례 등장한다. 여자배우든 남자배우든 베드신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작업인 것은 사실. 베드신 촬영은 어땠는지 묻자 민지현은 'TV방자전' 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 됐다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촬영에 임해 괜찮았다고 했다.
"저보다도 스태프들이 예민해 질 수있는 상황이잖아요. 저는 한 사람이지만 스태프들은 아니니까요. 사실 'TV방자전'을 찍을 때 감독님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노출장면이나 베드신 등을 찍을때 배우가 오히려 부끄러워하면 스태프들이 더 힘들어한다'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마음 단단히 먹고 임했죠(웃음)."
베드신이 아니라면 민지현이라는 배우가 '노리개'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캐릭터, 장면보다는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열변을 토한 그녀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했으면 더 잘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저라는 사람 자체가 감정을 잘 추스르는 성격이라 현장에 가면 즐겁게 있고 힘든 역할도 즐겁게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지희 역할 때문에 힘든 건 없었어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들어갔으니까요(웃음). 다만 힘든건 연기가 안돼서였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던 역이었거든요. '이 장면은 이렇게 표현해야지' 생각했던 제 목표가 표현이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연기를 얼마나 더 잘하고 싶어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한 작품에 출연하지만 민지현은 배우 마동석과 부딪히는 장면이 없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죽어서 회상장면에만 나올 뿐이고 마동석은 그녀의 죽음을 쫓는 사람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지현은 마동석이 자신을 많이 격려해주고 위로해줘 고마웠다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 작품 캐스팅이 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마동석 선배님과 같이 작업하게 된 것이였어요(웃음). 선배님이 가끔 절 보시면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위로도 해주셨어요. '노리개' 현장에서 저보다 먼저 크랭크인 하셨으니까 선배님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스태프들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성격이 너무 좋다고 다들 칭찬하시더라고요. 배우로서도 닮을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의 날개를 펼칠 민지현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그는 어느샌가 사람들 마음 속에 스며든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본인 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노리개' 감독님도 저한테 항상 말씀하셨던 것이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처럼 한길로 뚜벅뚜벅 가라'였어요. 저도 지금까지 다른 마음 안먹고 반짝 스타를 바라고 연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보고 있어요. 꼭 주연만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제 색깔을 가진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어느순간 스며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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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