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로 희생된 크리슬 캠벨(29·왼쪽)과 보스턴대학 20대 중국인 유학생 뤼링쯔(呂令子).

보스턴(Boston) 마라톤 테러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명의로 독극물 리신(ricin)이 들어 있는 편지가 배달돼 미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의 에드 도노반 대변인은 17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의심스러운 물질'이 들어있는 편지가 16일 배달됐다"며 "하지만 백악관 외부에 있는 별도 시설에서 사전에 적발했기 때문에 백악관에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P는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가 이 편지에서 리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공화당 로저 위커 상원의원(미시시피)에게도 리신이 포함된 우편물이 배달됐다. 리신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1000배나 강한 독극물이다.

한편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인 16일 저녁, 보스턴 시내에 있는 보스턴 코먼 공원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름 5m 정도의 원형 공연무대를 둘러싼 추모객은 이내 수십 명이 됐고 얼마 안 가 수백 명이 됐다. 이들은 조용히 찬송가와 미국 국가(國歌)를 부르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글썽이던 노스이스턴대 학생 스콧 터너(21)는 "테러에 겁먹지 않겠다. 서로를 의지해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모인 뒤편으로 조기(弔旗)로 게양한 성조기가 나부꼈다. 소총·헬멧·방탄조끼로 무장한 군인 10여명은 행사 내내 이들 주위를 돌아다녔다.

현장에서 3㎞가량 떨어진 시청 주변 다운타운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인 듯했다. 그러나 학회 참석차 13일부터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스웨덴 의사 마리아 한슨(52)은 "보스턴에 왔을 때 사람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아 동료들과 '행복 도시(Happy city)'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하루 사이에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고 했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워싱턴기념탑 주변에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기(弔旗)가 걸려 있다.

15일 마라톤 테러에서 숨진 3명의 희생자 중 8세 소년 이외의 희생자 2명의 신원도 이날 확인됐다. 한 명은 레스토랑 종업원 크리슬 캠벨(29). 마라톤을 좋아하던 그는 전날에도 결승선 부근으로 응원을 나갔다. 캠벨의 어머니는 이날 아침까지도 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취재진 앞에서 "평생 고생만 하던 내 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희생자는 베이징이공대를 졸업하고 보스턴대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20대 중국인 여학생 뤼링쯔(呂令子)로 밝혀졌다. 부상자는 183명으로 늘었다. 14명은 팔이나 다리를 절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