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60대 여성 두 명이 무인발권기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무인발권기로 1회용 교통카드를 사야 하는데 사용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발권기 주변에는 역무원이나 안내도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여성은 1회용 승차권을 발급받는 데 5분 가까운 시간을 썼다.
이처럼 지하철 1회용 승차권을 발급받는 게 불편하다는 시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역무원이 아닌 무인발권기에서만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고, 사용한 후에도 환급기를 통해 보증금 500원을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지방에서 올라와 일반 교통카드나 티머니 대신 1회용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 외국인들의 불만이 특히 많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안내도우미를 하는 이모(79)씨는 "노인들은 안내말도 잘 못 알아듣고 기계 앞에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에만 10명도 넘게 1회용 표 끊는 것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1회용 교통카드를 발급받을 때 보증금 500원을 내고, 사용 후에 다시 환급기로 돌려받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노진예(85)씨는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 찾기도 쉽지 않아 1회권을 발급받기가 너무 어렵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노인들은 보증금 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잘 몰라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카드를 그냥 버리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1년에는 500원짜리 교통카드가 7월까지만 880만장이 회수되지 않은 것이 국감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미회수된 교통카드 제작비용은 58억7000만원으로, 재사용 교통카드 제작비용이 이용객들이 맡긴 보증금 500원보다 비싸 수도권 지하철 운영 주체들이 순손실 총 18억3000만원을 봤다.
1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비율은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3%, 5~8호선 2% 수준이다.
서울시는 2009년 5월 예산 절감과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기존의 종이 지하철 승차권을 1회용 교통카드로 대체했다. 기존의 종이 승차권은 안내창구에서 역무원이 직접 발부했지만 1회용 교통카드는 무인 기계로만 구입할 수 있게 바뀌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판매기에 신분증을 대고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한다. 대구 지하철 역시 서울시처럼 현재 발권 인력이 없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수동으로 발권해주는 대신 자동발권기를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직원이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대신 그 인력으로 자동발권기 이용을 돕거나, 취객 및 장애인을 돕는 업무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인들은 신분증만 올려놓으면 곧바로 1회용권이 발급되게 하는 등 발급 절차도 계속 간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