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정은의 '말' 전쟁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훈장을 자랑하려고 나온 사람들처럼 '행사복'을 입은 장령(장성)들이 김정은과 함께 전쟁 논의를 하는 모습에서 북이 인위적으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문제는 북의 협박과 공갈이 한국민과 주한 외국인들에게 전쟁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지금 김정은의 '말' 전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움직일 것도 없는 북한 집단이 '쇼'를 통해 대한민국을 피로감에 지치게 하고 남남 갈등을 고조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김정은도 자신의 처와 딸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가 누리고 있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다 포기하고 전쟁으로 다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정신이상자는 더욱 아니다. 그가 대한민국에 전쟁 공포를 주입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가 대남 협박 외에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려면 동맹국의 지원, 군사적 타격 능력, 내부 민심을 포함한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 북한에는 동맹국도, 군사적 능력도, 내부 민심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지금 남북한 사람 그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아마 김정은 자신이 가장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독재 정권이 불장난을 잘못했을 때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만약 진짜 전쟁을 벌일 생각이 있다면 핵실험보다 중국을 설득해 유사시 중국군의 개입을 확정해야 한다. 한 끼 감자 세 알로 허기진 배도 채우지 못하는 다수 인민군 군인에게 전쟁은 달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전쟁 불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2300만의 민심(民心)이 최악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온갖 호화찬란한 우상숭배도 인민들에게는 지겨운 '넋두리'로 변한 지 오래됐다. 이웃 나라 중국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서 굶주림의 주범은 미국과 남한 때문이 아니라 김씨 일가의 기득권 때문이라는 것은 이젠 상식적 이야기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꺼낸 것도 민심이 남한으로 쏠리는 것이 수천만달러보다 더 급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북한을 바꾸기보다 아버지 김정일식대로 선군(先軍) 총대를 메는 것만이 권력을 유지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에 그것이 더욱 명확해진 것뿐이다.
외부의 군사적 개입은 결국 2300만 인민의 마음과 합쳐져 평양 정권을 붕괴시키는 거대한 시너지가 되기 때문에 김정은의 실제적 도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내외적 압력으로 고립된 북한 정권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들의 공갈 협박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내부가 위급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북한 정권이 인민의 편에 서지 않는 한 투쟁의 대상이 될 뿐이다. 북한 정권의 사소한 도발이라도 10배, 100배로 갚아준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대한민국은 굳건하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