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금지' '바로 눈앞에 잠자리하는 것 다 보인다' '오줌 누는 것 다 보인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72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인 현대아이파크 중간층 통유리들에는 이 같은 글귀들이 적힌 가로·세로 1m 크기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입주민들이 써붙인 것이다.

최고 72층인 1개 동을 포함해 3개 동 1600여 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 마린시티의 대표적 최고급 아파트로 유명하다. 2007년 분양 당시 아파트 단지 내에 6성급 특급호텔인 파크 하얏트 호텔이 들어서는 것을 내세워 호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홍보도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이 아파트의 입주는 2011년 11월 시작했다.

부산 해운대 호텔과 주상복합… 해운대구 현대아이파크와 파크 하얏트 호텔은 불과 20여m 떨어져있다. 왼쪽 사진에서 오른쪽 건물이 아파트, 왼쪽 건물이 호텔이다. 두 건물에선 서로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밤 시간 아파트에서 본 호텔 객실 내부.

하지만 지난 2월 '프리미엄'의 요소였던 33층짜리 호텔이 생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호텔이 아파트 3개 동 중 2개 동과 마주 보는 식으로 지어졌던 것. 호텔과 아파트 간 거리도 20~25m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와 호텔에서 서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한 입주민은 "아파트에서 창을 내려다보면 호텔 객실 내부가 훤히 보여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장면은 물론이고 성행위하는 장면까지 다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에서도 아파트 내부가 보인다. 다른 입주민은 "호텔에서 보이는 집에서 어떤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지도 알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호텔 투숙객이 거실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며 "시공사가 우선 내부가 보이지 않는 특수 필름 코팅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밤이 돼 불을 밝히면 이 필름 코팅도 무용지물이 돼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입주민들은 사생활, 자녀 교육 등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민 10여명은 최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호텔 측은 "아파트 방향 객실에 투숙하는 고객에게는 블라인드를 내려달라는 등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민들과 시공사가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한 합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건축법상 상업지역에는 건물 간 거리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