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법률이 잘못 적용돼 낮은 형이 내려졌지만 법률상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으로 선고를 바로잡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20대 여성을 강간하려 여러 차례 때린 혐의(강간 상해)로 기소된 국가대표 권투선수 박모씨(22)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5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커다란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 점과 과거 전과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한 유흥주점에서 만난 피해자 이모씨(23·여)를 화장실 안쪽으로 강제로 끌고 들어갔다.
강간을 시도하려고 박씨는 주먹으로 피해자 얼굴을 수차례 때려 피해자를 기절시켰다.
박씨는 피해자가 정신을 차리자 다시 얼굴을 때려 정신을 잃게 하고 다시 강간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박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여자 청소년을 강간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잘못 내린 판결을 바로잡지는 못했다.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 때문이었다.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이란 검사를 제외하고 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의 경우 원심에서 내려진 형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은 본래 피의자가 더 높은 형을 받게 될까 두려워한 나머지 상소를 포기하는 폐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졌지만 이번 판결에서는 취지와 다르게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됐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 사건에서는 법률에 따라 전자발찌 부착기간이 10년 이상 30년 이하가 돼야 한다"며 "원심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5년을 명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상 박씨에게 불이익하게 부착기간을 늘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1심에서 선고한 5년의 부착기간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