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그동안 우리는 한국인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 이름을 앞에, 성을 뒤에 놓았다. 그 근저에는 영어를 사용할 때에는 영어식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과 우리와는 정반대 순서로 이름과 성을 표기하는 서양인들에 대한 배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선 성을 앞에 놓는다는 것을 아는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이름을 서양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구나 국제무대에서 잘 알려진 우리 작가와 배우, 그리고 가수와 운동선수들이 한국 이름을 그대로 영문 표기하게 되자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예컨대 소설가 이상은 Yi Sang, 이광수는 Yi Kwangsu로 표기하면서 국민 대부분 이름은 여전히 영어식 표기법을 따르다 보니 생긴 일이다. 일반 국민도 영문 이름을 한국식으로 표기한다면 혼란도 줄고 우리의 정체성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성명 순서는 각국 전통과 언어문화의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미 외국 언론사들은 영문 성명을 적을 때 '성 이름' 순서로 표기하는 한국·중국·일본의 전통을 존중해 주고 있다.

음식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도 우리말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 일본의 스시나 사시미 또는 데리야키나 우동은 이미 전 세계에서 통용된다. 우리 음식 김치는 물론이고, 갈비나 불고기 비빔밥 잡채도 우리말 그대로 표기해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도시로 선정하고 50가지 이유를 게시한 CNN 사이트에서는 'Galbi(갈비)'를 그중 하나로 선정했다.

영문으로 표기할 때 우리 이름 순서를 따르는 것과 우리 음식을 우리 발음으로 해외에 알리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부상하는 한국의 위상에도 걸맞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부터 공무원들의 영문 이름 표기를 우리식으로 바꾼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한국 작가 중에도 간혹 영어식으로 이름을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문학번역원에선 이참에 한국 작가들의 공식 영문 이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작가들의 영문 이름 표기를 통일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과 고통이 따르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영문 이름과 한식 이름의 한국식 표기는 시대적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