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김동주'를 검색하면 야구선수가 제일 먼저 뜨고 여덟 번째쯤에야 같은 이름의 여배우(61)가 소개된다. 그 사진을 보고 많은 이가 '아, 이 배우 이름이…'라며 무릎을 칠 것이다.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주인공 순신(아이유)의 엄마 친구 '장길자'로 출연 중인 김동주는 1972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숱한 드라마·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해온 베테랑. '불굴의 며느리(2011)', '천사의 선택(2012)', 영화 '건축학 개론(2012)' 등 최근작은 물론 '제3교실' '수사반장' '배반의 장미' 등 1970~90년대 안방극장 화제작에도 모습을 보였다.

활짝 미소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한 김동주. 그는“내가 욕심내는 것은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튼튼하고 폼도 나는 삶”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만난 김동주는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내가 좀 보이시(boyish·소년 같은)하죠?"라며 빙긋 웃었다. "젊었을 땐 변호사·의사·검사·화가·사진기자·버스 차장 등 기가 센 직업여성들만 맡았죠. 아, 수사반장에서는 무당 역도 했었다(웃음).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엔 억척이든, 막가파든 엄마 역만 들어와요. 나 자신이 독신이니 처음엔 엄마 역할이 부담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졌어요."

김동주는 대학 때 연극을 시작해 산하·광장·여인극장 등의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스무 살 때 친구 권유로 탤런트 공채에 응시해 덜컥 붙은 케이스. '최고다 이순신'에 함께 출연 중인 고두심을 비롯해 박정수, 이계인이 공채 동기다. 동기들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진 않을까.

"연극계 어른들이 하신 말씀을 새겨왔어요. 할리우드 배우는 안 된다고, 브로드웨이 배우가 돼야 한다고. 내 체질은 무대배우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고, 방송에 출연하면서도 무대를 놓지 않았죠. 그리고 조연의 인생이 훨씬 살이 있고 뼈대가 있잖아요. 난 2등이 좋아요. 그래서 화장실 갈 때도 꼭 두 번째 칸에 가(웃음)."

김동주는 '제작진이 먼저 찾는 배우'다. '부모님 전상서(2004년)' '건축학 개론' '최고다 이순신' 모두 작가 혹은 감독이 '반드시 김동주여야 한다'며 콕 집어 캐스팅했다. 그는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걸 좋아해 동료 배우들 넋두리도 들어주고, 신인들 바짝 긴장하면 풀어주고 하다 보니 반기는 것 같다. 인복(人福)"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사실 요즘은 연기도 연기지만, 내 삶을 어떻게 잘 마감할까를 고민해요. 인터뷰 제목이 '조연이 주연이다'랬죠? 인생에 조연 주연이 어딨어요? 다 주연이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