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제(始山祭)를 지내면서 돼지머리 대신 돼지저금통을 올리는 산악회가 최근 늘고 있다.
한 기업체 사내 산악회는 지난 16일 올해 첫 산행(山行)에 앞서 시산제를 지내면서 돼지저금통을 올렸다. 이 산악회 총무 김모씨는 "지난해까지는 돼지머리를 올렸는데 자르기 힘들고 잘 먹지도 않아 낭비였다"면서 "고민하던 중 다른 산악회에선 돼지저금통으로 돼지머리를 대신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금통으로 바꿨다"고 했다. 김씨는 1만원을 주고 황금색 '왕대(王大)' 크기 돼지저금통을 구입해 입과 코 부위를 넓게 뚫어 돈을 꽂기 쉽게 만들어 사용했다. 고사용 돼지머리는 대략 3만원 정도다.
홍익고등학교 동창 모임인 '홍익24회산악회'는 3~4년 전부터 돼지저금통을 시산제에 올리고 있다. 이 산악회 회원 김석중씨는 "돼지고기 편육 한 접시를 놓고 그 위에 저금통을 얹는다"고 말했다.
돼지저금통 사용을 놓고 산악회와 등산단체들 사이에선 찬반(贊反) 의견이 갈린다. 한국등산중앙연합회 상임이사 최명규씨는 "시산제는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와 마찬가지로 정성이 중요한데, 돼지저금통으로 할 바에는 아예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한 산악인은 "제사도 바뀌는 세상인데 시산제가 바뀌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