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과부(寡婦)가 된 국내 유일의 로랜드고릴라인 ‘고리나’를 위해 영국에서 건너온 새신랑 ‘우지지’가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서울대공원은 ‘고리나’의 번식를 잇기 위해 지난해 12월 영국 켄트주의 포트 림(Port Lympne) 동물원에서 임대 형식으로 데려 온 우지지를 25일 처음 공개한다.

지난 1984년 무역상사를 통해 들여온 고리나는 2011년 2월 신랑 ‘고리롱’이 세상을 뜬 뒤 ‘독수공방’ 세월을 보내왔다. 고리롱 생전에도 둘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부부가 됐지만, 고리롱이 늘 고리나를 슬금슬금 피해다녀 결국 대를 잇지 못했다. 사육사들이 암수 고릴라의 애정 행각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고, 발기부전 치료제까지 먹여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사망한 고리롱의 냉동된 생식기를 이용해 인공수정을 시도하던 중,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고리롱의 고환에 정자가 전혀 없었던 것. 애초에 번식 능력이 없었던 고리롱에게 헛된 기대를 했던 것이다.

한편 고리나의 새신랑 우지지는 1994년 포트 림에서 태어나 올해 19살이 됐다. 올해 40살로 추정되는 고리나보다 21살 정도 연하인, 성욕 왕성한 ‘청년’인 셈이다. 몸무게도 180kg으로 고리나(100kg)의 두배에 가까울 정도로 덩치가 크다. 고리롱은 고리나보다 15살 정도 연상이었던데다가, 몸무게도 130kg에 불과했었다. 서울대공원측은 “우지지는 고리나와 대를 잇기에 적합한 조건들을 갖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건너와 고리나의 새 신랑이 된 '우지지'의 모습

우지지 역시 그동안 짝 없이 쓸쓸히 지내왔다. 고릴라는 힘센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사는 ‘일부다처제’ 동물이기 때문에 우지지처럼 짝 없는 수컷이 많다고 한다. 포트 림 관계자는 “로랜드 고릴라의 번식을 위해 쓸쓸히 지내고 있는 우지지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지지는 현재 ‘브리딩 론(breeding loan)’으로 영구 임대된 상태다. 브리딩론이란 동물원 등 각 기관 내 보유한 동물을 해당 동물을 필요로 하는 상대방 기관에 임대 형식으로 보내 멸종위기종의 번식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지지를 영구 임대해오는 조건으로 2세들의 소유권은 영국과 나눠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첫 번째 출산 개체는 한국 소유가 되며 두 번째는 영국 소유가 될 예정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현재 고릴라 우지지의 현지 적응과 2세 번식을 위해 ‘해피 고릴라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고리나와 우지지의 허니문을 위해 다양한 과일나무까지 준비하고, 사생활을 침해받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중 몰래 관람창을 설치했다고 한다.

고릴라는 전세계적으로 300~400여마리가 채 안되며 4년에 한 번 출산해 번식도 극히 어렵다. 서식지도 기니아, 콩고, 카메룬 등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한정돼 있어 몸값은 동물 중 최고를 자랑한다. 특히 로랜드고릴라는 멸종 위기종에 해당한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고리나와 우지지의 성공적인 2세 출산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관람객들께서는 조용히 관람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