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자 아침편지 '쾨쾨한 헌책방에서 大魚를 낚는 즐거움'을 읽었다. 글을 보면 대구에 있는 '앞산'을, 한글이 아닌 한자로 기록한 '成佛山(성불산)'이란 이름이 어엿이 따로 있었다면서 '앞산'이 마치 잘못된 이름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우리말 땅 이름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우리 선조는 남쪽을 앞, 북쪽을 '뒤'로 생각했다. 따라서 어떤 곳에서 자리를 잡으면 앞에 있는 산을 앞산이라고 불렀는데 그 보기가 바로 대구의 앞산, 경주의 남산이다. 남산은 '앞산'을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다. 서울 남산의 다른 이름은 '목멱산'이다. 그렇다고 서울의 남산을 잘못된 이름이라고 할 수 없듯이 대구의 앞산도 잘못된 이름이 아니다. 오히려 '앞산'이란 순우리말 땅 이름이 한자어 우월주의 풍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게 놀라운 일이다. 순우리말 땅 이름은 우리 역사와 선조의 숨결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앞산'이란 이름은 다른 역사적 사료와 함께 일부 선조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문헌을 근거로 하는 연구는 그 기록이 한자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한자는 우리말을 다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송파구에 있는 '풍납토성'이나 '몽촌토성'을 그때 당시 살았던 선조도 과연 그렇게 불렀을까? 그렇지 않다. 한강의 옛 이름은 '아리수'이기도 하고 '욱리하'이기도 했다.

이처럼 말에는 역사가 묻어 있다. 특히 땅 이름은 순우리말을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 보고다. 대구의 '앞산'이란 이름은 잘 보존하고 가까운 일제강점기에 마구잡이로 바꿔 놓은 모든 한자 지명도 다시 순우리말 땅 이름으로 되돌려 놓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