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인터뷰

담배농사를 지어 마련한 돈으로 학교에 다녔던 담배농가의 아들이 '담배와 전쟁'을 선포했다. 담배가 '유독물'이라는 신념에서다.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고, 담뱃갑 전면에 경고 문구를 확대하는 등의 법률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이야기다. 지난 14일 뉴시스는 김 의원을 만나 '담배와 전쟁'을 선포한 이유를 들어봤다.

법안 발의 이후 온·오프라인은 난리가 났다. 국회 의원회관으로는 쉴 새 없이 항의전화가 걸려왔고, 인터넷 사이트는 다운됐다. 담뱃갑 인상 글에는 댓글이 5000개를 넘었다. 지역구 사무실로는 "담뱃값을 인상하면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 전화도 걸려왔다.

그동안 수차례 담뱃값 인상 법률안은 제출됐지만 유독 반응이 뜨거운 것은 김 의원이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후광' 때문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나 정부와 공감대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정이 이렇게 되자 박근혜 정부가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의혹도 따라붙었다.

그는 담뱃값 인상 카드를 빼든 이유로 '국민 건강'이라는 원론적인 이유를 들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최고의 흡연율(49.8%)을 30%대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는 것. 담뱃값은 2004년 12월 500원 인상된 후 9년 동안 물가 상승과 서민 가계부담을 이유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담배의 실질가격은 계속 하락한 셈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500원이 아닌 2000원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담뱃값을 500원씩 순차적으로 올릴 때보다 2000원 올리면 연간 담배소비량이 30% 줄어드는 등 금연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은 국민적 저항이 심할 뿐더러 '표(票)밭' 민심을 돌아서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담뱃값에 '총대'를 멘 데는 개인적인 사연도 있다. 김 의원의 집은 어릴 때 담배농사를 지었다. 보통 담뱃잎을 재배해서 수확한 후 새끼줄에 끼우고, 줄에 매달아 건조실에 말려야 담배의 원재료가 되는데, 김 의원은 담배 건조실에 불을 때는 담당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담배는 늘 같이 있었다. 특히 담배농사를 짓다보니 아버지가 가공된 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높은 잎담배를 그대로 피우셨는데 63세라는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며 "담배를 입에도 안 댔던 어머니도 폐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경우 간접흡연으로 인한 병환이라는 심증이 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뱃값 인상 등 '담배와 전쟁'은 일종의 사모곡(思母曲)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김 의원은 "담배는 유독물질이다. 서민들의 기호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건강권을 생각하면 기호품으로만 볼 수 없다"며 "과거 정부가 전매청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해로운 물질을 공급해온 원죄를 생각하면 정부가 나서서 국민 건강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현재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군대에 있을 때 "구보가 힘들어서 몇 달간 담배를 피우다 끊었다"는 것이 유일한 흡연의 추억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군위·의성·청송엔 담배농가가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김 의원측은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담배 소비가 줄어들 경우 지역 농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도 힘쓰기로 했다.

향후 그는 금연 치료를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해 금연 치료에 대해서도 국가가 적극 지원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담뱃값 인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본격적으로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음은 김재원 의원과 일문일답.

-김 의원은 혹시 담배를 피우느냐?
"예전에 구보하기 힘들어서 몇 달간 피우다가 끊었다. 지금은 피우지 않는다"

-담뱃값 인상 등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가?
"어릴 때 우리 집이 담배 농사를 지었다. 잎담배를 재배한 후 새끼줄에 끼워서 줄에 매달아 건조실에 말려야 하는데 나는 담배 건조실에 석탄을 때는 불 담당을 했다. 어릴 때부터 담배는 늘 같이 있었던 셈이다. 당시 아버지도 담배를 많이 피우셨다. 생산된 담배는 잎담배를 쪄서 니코틴 함량을 줄인 것이지만 잎담배를 그대로 피우면서 63세라는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간접흡연 때문인지 몰라도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국회의원이 된 후 금연정책을 생각했지만 담뱃값이 2004년 12월 500원 인상된 후 9년 동안 물가 상승과 서민 가계부담을 이유로 인상이 안 됐다. 물가와 구매력 상승으로 담배의 실질가격은 계속 하락한 셈이다. OECD 34개 선진국 중 우리나라 담뱃값이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증가 추세에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강력한 금연 가격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담배는 선호품인데 규제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는데?
"담배는 유독물질이다. 담배가 서민들의 기호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하면 금연 정책을 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전매청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해로운 물질을 공급해 온 원죄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국민 건강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담뱃값을 500원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있지만 급격하게 2000원을 제시했다. 이유는?
"2011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뱃값을 10% 인상하면 소비량이 3.6% 감소한다. 특히 담뱃값을 2000원(80%) 인상하면 담배소비량이 연간 반출량 30.9억갑으로 16억갑(29.3%)이 감소해 금연 가격정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담뱃값 500원을 올리면 연간 반출량 이 현재 43.7억갑에서 40.5억갑으로 3.2억갑(7.3%)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인과관계가 있나?
"세계은행 조사 결과 담뱃값이 10% 오를 때 국가별로 담배소비가 4∼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담뱃값 인상으로 1995년 36%에 달하던 고교생 흡연율이 2001년 25%까지 줄었고, 캐나다는 1971년부터 1991년까지 담뱃값 인상을 통해 청소년 흡연율을 47%에서 16%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2004년말 담뱃값을 500원 올려 흡연율이 6개월 후 7% 정도 감소했다"

-담뱃값이 오르면 결국 돈이 없는 서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서민층은 흡연은 더 높은 기회비용을 유발해 빈곤의 악순환 초래한다. 담뱃값만큼 생활비가 줄어들고, 운동과 영양 등 건강을 위한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고, 건강 손상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려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헌법상 권리인 국민의 보건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담뱃값을 낮게 유지해서 담배장사로 재정수입만 올리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흡연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론 수렴 과정에서 정부와 의견 수렴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현 후보자는 유보적이라기보다는 담뱃값을 급격히 올리면 물가에 영향이 있다고 했다. 담뱃값 인상은 정부 의견도 존중해야 하지만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과거 정부에서 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될 때는 기재부가 반대하면 안 됐지만 이번에는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 박근혜 정부는 복지 정책 시행을 위해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흡연하는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복지 재원으로 쓰려고 한다는 비난이 있다.
"흡연자들이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담배소비량을 줄이지 않으면 담배 지출액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을 단행하는 서민 흡연자들의 담배지출액과 의료비는 감소한다. 담배가격을 100% 인상하면 저소득 흡연자는 담배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여 담배지출액에 변화가 없지만 고소득 흡연자들은 담배소비량은 20% 정도만 줄여 담배지출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최근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담뱃값 인상은 장기적으로 서민 부담을 줄이고 담뱃값 인상에 대해 덜 민감한 부자 흡연가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 비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여성과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흡연율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담뱃값을 대폭 올리고 담배의 해악을 나타내는 경고사진을 의무화하여 흡연자들의 흡연욕구를 감소시키고, 다른 선진국들처럼 흡연을 질병으로 분류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 향후 계획은?
"현재 흡연자에게 세금만 걷고 금연치료에 대해서는 국가 지원이 없다. 따라서 금연 치료를 요양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또 금연운동 확산을 위해 담뱃값인상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겠다"

▲1964년 경북 의성 ▲심인고 ▲서울대 법학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행정사무관 ▲서울중앙지검 검사 ▲2007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통령경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17·19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