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택배원 한규태씨.

“저는 지하철 택배원입니다. ‘좋아요’ 1만 번이 넘으면 회사에서 저랑 제 아내랑 제주도 여행 보내준대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

12일 오후 10시 30분 한 지하철 택배회사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런 글을 쓴 팻말을 들고 환하게 웃는 할아버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주인공은 이 회사 택배기사로 일하는 한규태(68)씨다. 사진 옆에는 연상의 아내에게 특별한 ‘칠순 선물’을 해주고 싶어 사진을 올렸다는 업체 측 설명이 함께 적혀 있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좋아요'가 순식간에 1만을 넘었다. 사흘이 지난 15일 65만을 훌쩍 넘었다. 댓글도 1만2000여 건이 달렸다. ‘멋지십니다. 행복한 여행 되세요’ ‘62배 더 행복해져서 돌아오세요’ ‘이런 게 훈훈한 소셜 파워’ 등의 응원 글이 올라왔다.

2010년 한씨는 세 살 연상인 아내의 칠순에 맞춰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었다. 결혼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신혼여행 한 번 가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던 한씨였다. 암 투병으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즐거운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자는 아이디어는 한씨가 일하는 택배업체가 냈다. 한씨의 애틋한 사연을 들은 업체 측은 사진을 찍어 올렸지만, 처음엔 ‘설마 1만 명이 넘게 추천 버튼을 누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흘 만에 65만명이 추천한 반응을 보며 업체 측은 “사연에 이렇게 많이 공감해주신 네티즌 분들께 감사하다”며 “덕분에 회사 홍보도 되고, 약속대로 한씨의 제주도 여행도 보내줄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단도 이 소식을 접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한규태씨의 사연을 알게 됐으며, 한씨 부부의 제주도 방문 일정이 정해지는대로 관광지 관련 쿠폰과 기념품 선물 등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많은 분들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덕분에 회사에서 24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다. 아내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