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선거에서 부주석에 뽑힌 링지화(令計劃·57)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전체 투표자 2191명 중에서 반대 90표, 기권 22표로 찬성률이 94.9%에 그쳤다. 이날 당선된 총 23명의 부주석 가운데 반대표가 가장 많아 꼴찌로 겨우 선출된 것이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 정협주석 등이 14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에서 각각 받은 반대표가 1~5개에 불과하며 ‘몰표’를 받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정치적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불신임 표시’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링지화에게 반대표가 쏟아진 이유는 그의 아들이 지난해 3월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미모의 여성들을 태우고 고급 수퍼 외제차인 페라리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이 사고로 고위층 자제의 퇴폐적이고 호화스러운 생활이 논란이 됐고 사고 처리에 외압을 가한 듯한 의혹이 링 부장에게 후유증을 남겼다. 여기에다 링지화의 부인인 베이징대 법대 출신의 구리핑의 비리 스캔들 연루 의혹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

출처=appledaily.com.tw

중국 정치의 핵심 요직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맡았던 실세인 링지화는 지난해 11월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는 상무위원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이번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은커녕 정치국원으로도 승진하지 못하고 중앙위원에 머물렀다. 또 중앙판공청 주임에서 한직(閑職)인 통전부장으로 밀렸고, 이번 정협 부주석 투표에서도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는 ‘굴욕’이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