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가‘직장 여성의 유리 천장 깨기’에 나섰다. 사진은 작년 9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43)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여권(女權)신장 운동에 뛰어들었다. 샌드버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의 최고위직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며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멘토링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그녀는 지난 11일 발간한 저서 '달려들어라(Lean In)'에서 "여성들이 유리 천장(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지 못하는 것은 여성 스스로 마음속에 장벽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공식 발매 전부터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예약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여성들에 '야심과 헌신' 촉구

샌드버그는 페미니즘(feminism·여권주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이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재무장관 비서실장, 구글 부사장 등 화려한 학력·경력을 쌓았다. 재산도 억만장자급이다. 역시 하버드대 출신의 사업가와 결혼, 두 아이를 낳았다. 대학 은사인 래리 서머스 전 세계은행 총재, 그녀를 '큰누나'처럼 여기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 남성들의 전폭적 지원으로 성장했다.

미국은 대학 진학률이나 취업 시장에서 여성 비율이 높다. 하지만 정부 고위직이나 기업 임원진으로 올라가면 이 비율은 10%대로 떨어진다. 샌드버그는 저서에서 여성 자신의 각성을 촉구했다. "여성들은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간 뒤 결혼 적령기쯤부터는 더 이상 (내가 하겠다고) 손을 들지 않는다.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등 더 이상 일에 헌신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샌드버그의 여권운동을 '페미니즘 4.0'이라고 지칭했다. 기존 페미니즘이 주로 남성 중심 문화와 성(性)차별을 비판한 것과 차별화된다는 뜻이다.

샌드버그는 "남성이 조직을 휘어잡으면 존경을 받지만, 여성이 야심을 갖고 성공을 추구하면 '공격적' '정치적'이란 비난을 듣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장 내 잘못된 인식을 불식하고, 가정에선 가사·육아를 부부간에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면서 "여성이 리더가 돼야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저학력·저소득 여성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도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찬사와 비난 동시에

샌드버그가 여성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나서자 지지자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등 유력 인사들은 14일 뉴욕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줬다. 샌드버그가 창설할 여성 교육·지원 프로그램(Lean In Circles)엔 구글·소니·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샌드버그의 주장은 비현실적인 엘리트주의라는 것이다. 앤 마리 슬로터 프린스턴대 교수는 "가정부를 고용해놓고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여성을 '당신은 왜 야망을 추구하지 못하느냐'고 탓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페미니즘을 이용하는 것 같다"(뉴요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