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3학번' 동기 문승현(서울대 통계학과 1년, 서울 대일고 졸·사진 오른쪽)씨와 황희범(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 충남 공주한일고 졸·사진 왼쪽)씨.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확연히 다르다. 문씨는 면학 분위기가 고만고만한 집 근처 일반계 고교(이하 '일반고')로 통학했고, 황씨는 경기 용인 집에서 약 100㎞ 떨어진 자율학교에서 '국내 유학' 생활을 거친 것. 지난달 25일, '무조건 통학파'와 '나홀로 유학파'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각 생활의 장단점과 슬럼프 극복 비결을 들려줬다.

배울 점 많은 친구 [장점] 교내·외 고루 활약

문승현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서울대 통계학과 진학'이 목표였다. 서울시교육청 수학영재교육원에 다닐 만큼 학업 능력이 뛰어났지만 하루 6시간 이상 수면이 필수였던 그에게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나 자율학교의 치열한 경쟁은 버거워 보였다. 대신 '일반고에 진학해 내신 성적을 관리하고 스펙을 쌓자'고 결심, 내신 성적 1.24등급, 한국수학경시대회(KMC) 금상 수상 등 원하던 결과물을 손에 넣었다.

황희범씨 역시 중학교 내내 전교 5위권 이내 성적을 유지하던 우등생이었다. 고교에서도 제대로 자웅을 겨뤄보고 싶었던 그는 공주 출신 어머니가 입이 닳도록 칭찬했던 한일고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신입생을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한일고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우등생이 가득하다. 특정 과목에서만큼은 교사보다 한 차원 높은 지식 수준을 자랑하는 재학생도 있을 정도. "과목마다 '선생님' 역할을 자처하는 친구가 한 명씩은 있었죠. 제 경우 그게 국사·세계사였어요.(웃음)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극받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호 기자

등수 하락 부담감 [단점] 1등에 대한 압박

서울대 통계학과는 신입생 전원을 수시 모집 전형으로만 선발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문씨는 "수능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더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일반고에서 서울대에 진학하려니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 싶더라고요. 어쩌다 1등을 놓치기라도 하면 정말 불안했죠."

그는 유명 대입 정보 사이트에서도 '서울대 통계학과 진학은 무리'란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었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 수리과학부·통계학과에 합격한 수시 일반 전형 학생 34명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2명뿐이다. 문씨는 "'그 자리가 내 자리'란 확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한일고 입학고사에서 전교 30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중학교 내내 우등생이었던 그에겐 충격적 결과였다.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해 따로 사교육을 받을 처지도 안 됐다. 그럴 때마다 그는 '오름차순 문제 풀기'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달랬다. 쉬운 문제나 이미 풀어봤던 문제를 다시 살펴보며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특히 수학 과목에서 이 방식으로 문제를 하나둘씩 완벽하게 짚고 넘어가면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돼요. '급할수록 돌아가는' 식이랄까요?"

동아리 활동 [슬럼프 극복법] 학생회 참여

문씨는 고 2 때 모의고사를 망친 후 심각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마음은 착잡하고 공부에 집중도 안 돼 방황하던 그는 학생회 활동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제 좌우명이 '쓸데없는 시간은 없다'예요. 나중에 어떻게든 제게 도움 될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생회 활동은 그의 신념처럼 '쓸데'가 있었다. 수시 전형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리더십 입증 자료로 요긴하게 활용한 것.

"시험 기간은 전부 슬럼프였다"는 황씨의 곁은 힙합 음악이 지켜줬다. 힙합 음악 감상이 취미인 그는 교내 힙합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힙합 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샘플링(sampling, 이미 발표된 노래에서 일부를 발췌해 다른 노래에 사용하는 것) 방식을 접하며 저작권이나 특허 개념에 흥미가 생겼어요. 덕분에 변리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전문가 조언|통학 vs. 유학, 선택 기준은 이것!

①공부하는 목적은 오로지 ‘내신 성적 향상’에 있다

②부모·학원 등의 도움 없이 공부하기가 어렵다

③또래와 부대낄 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다

이현수 엠베스트 고교입시 컨설턴트는 “위 3개 항목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한다면 전국단위모집 자율학교 진학은 지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학교 수업 진도가 빠르고 내용은 어려우며 △기숙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찮기 때문. 이 컨설턴트는 “반대로 심화학습을 즐기는 학생이라면 연구·토론·발표 등 자율학교 특유의 수업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일반고에 진학한 학생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목고나 명문고에 합격했다고 모두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자신의 공부 습관과 성격을 잘 파악하고 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