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지하벙커)을 찾은 8일,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에 "지하벙커란 말 대신 '국가안보실 예하 위기관리상황실'이란 말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북한이 연일 도발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하벙커'를 찾았다면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청와대에 지하벙커를 처음 만든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으로 알려진 1·21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한 직후, 당시 대통령 집무실과 가족들의 생활공간이 있던 구(舊) 본관 지하에 약 320㎡(97평) 규모의 지하벙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건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철거됐다.
현재의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은 비서동 내에 있다.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이 일어난 다음해인 1975년 대형 방공호로 건설된 것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적의 각종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시설로 재정비했다고 한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 상황을 종합해 파악하고 각종 주요 기관 및 항공기·선박과도 교신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들여 상황실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3년의 일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설치하고 그 기능을 강화면서,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 지하에 있는 약 460㎡(140평) 규모의 상황실(situation room)을 본떠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을 만든 것이다.
정작 이곳을 가장 애용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2009년 1월 여기에 일종의 작전상황실(war room) 격인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과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때도 지하벙커 상황실에서 회의를 주재했다.
▲11일자 A5면 청와대 지하벙커 관련 기사에서 '약 320평(97㎡)'는 '약 320㎡(97평)'의 오기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