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지키며 3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신세계'(박훈정 감독)에서 배우 송지효는 홍일점으로 등장한다. 결코 큰 분량은 아니다.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그리고 박성웅 등 포스 강한 네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범죄느와르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이 그렇듯 치명적이고 매혹적이다. 전형적인 팜므파탈은 아니지만, 남자 주인공을 위기로 밀어넣어 보는 이의 심장을 조이게 만든다. 선도, 그렇다고 악인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는 깊은 연민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송지효는 앞서 영화 '자칼이 온다'에서 원톱 주연을 선보였다. 코믹액션물이었던 이 영화는 현재 그가 출연중인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연잔선상에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TV에서 보는 모습을 굳이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볼 필요는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신세계'는 그런 점에서 송지효는 약이 된 영화다. 사실 영화 '여고괴담3'으로 스크린에 데뷔했을 때 함께 출연한 박한별처럼 꽃미모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나이를 읽을 수 없는 깊은 눈매와 오묘한 분위기로 주목받은 그다. '신세계'를 보고 있으면 스크린에서 여배우로서의 아우라를 뽐내던 그 때의 송지효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영화에서 그는 경찰 강과장(최민식)과 언더커버 이자성(이정재) 사이의 접선책인 비밀 경찰 신우로 분했다. 단정하게 정리된 헤어스타일과 의상, 차갑다고 느껴질 만큼 똑 부러지는 말투, 여기에 흔들림 없는 강단 있는 성격과 위기의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은 지금껏 볼 수 없던 송지효가 선보이는 새로운 여경찰의 모습이다.
영화의 가장 잔인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창고신에서 피칠갑을 한 송지효를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수위가 높고 비장한 장면 중 하나를 송지효가 담당하기에 그에 대한 임팩트도 강하다. 또한 최민식-이정재가 갖고 있지 않은 의리와 우정을 최민식-송지효에게서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면이다.
'런닝맨'에서 '멍지효'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얻은 송지효에게 이런 예능 이미지가 배우로서 독이 되지 않을까란 우려도 있었다. 물론 영화를 볼 때 '런닝맨'이 생각난다는 사람도 더러 있으나 대부분은 그 놀라운 변신에 더 주목한다. 박훈정 감독은 캐스팅 당시 송지효의 예능 이미지가 걱정되지 않았냐는 말에 "TV를 잘 안 봐서 사실 송지효의 예능 이미지를 잘 몰랐다"라고 솔직하게 답하며 "무엇보다도 연기는 그 영화와 배역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하는데, 그런 면에서 완벽한 적격이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런닝맨'에서 보여준 털털함과 친근한 모습이 송지효의 실제와 똑같다는 것에 영화계 사람들은 감명을 받은 것 같다. 실제로 '신세계'에 출연한 배우들이 송지효를 아꼈다는 소문은 유명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충무로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