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ongdaemun Design Plaza·이하 DDP)가 최근 외장 공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80여년 역사의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지 5년여 만의 일. 곡률(曲率·구부러진 정도)이 전부 다른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을 거대한 은빛 물고기처럼 이어붙였다.

총예산 4924억원(서울시 신청사는 2989억원)이 들어간 이 건물은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이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최초 여성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Zaha Hadid·63)가 지명 초청 공모를 통해 설계한 것.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현재 내부 공사 중인 이 건물을 샅샅이 뜯어봤다.

그래픽=이동운 기자

[1 동선] 동선과 층을 흐트러뜨리다

DDP는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해체주의적 건축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선 '건물에 진입하는 곳=1층'이란 고정관념부터 깬다. 잔디광장을 올라 건물에 들어온 시민들은 먼저 '디자인뮤지엄' 4층에서 관람을 시작한다.
또 다른 출입구인 '평화광장'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지하 2층에서 출발한다. 전시관 역시 지하 2층, 지상 2층, 4층 등으로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계단 대신 복도로 각 층을 연결한 것도 층 구분에 혼란을 준다.

[2 공간] 기울어진 면과 선, 생경한 공간

디자인뮤지엄 내 '디자인둘레길'은 거대한 내리막길 복도 겸 갤러리다. 총길이 533m, 폭 4~6m에 이르는 이 공간은 내부를 나선형으로 싸고 돌며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독특한 건 이 복도의 벽체와 천장에 직선 요소가 전혀 없고 전부 곡선으로만 이뤄져 있다는 점. 심지어 벽과 창, 출입문조차도 약 15도 정도 기울어진 채 둥그스름하게 마무리됐다. 여기에 높이 4~9m에 이르는 천장고가 만나 역동적인 공간을 완성한다.

[3 처마] 한국 전통 건축 모티브 처마

'비즈니스센터'와 '디자인뮤지엄' 뒤쪽에 드리워진 캔틸레버(외팔보) 지붕도 주요 관전 포인트. 폭 35m, 길이 약 120m에 걸쳐 튀어나온 이 지붕은 한국 전통 건축 요소인 '처마'를 응용한 것. 그러나 사실 누가 그런 말을 전해주기 전엔 알아차리기 힘들다.
바로 이 처마에서 '아트홀' 지붕까지 펼쳐지는 옥상정원의 '세덤'(80만본)은 대표적인 사막형 식재라는 점에서 자하 하디드의 고향(이라크)을 떠올리게 한다.

[4 다리] 오브제 같은 다리와 계단

처마 밑에 놓이는 길이 85m의 노출 콘크리트 다리(bridge·사진)도 주목거리. 지하철 2·4·5호선역과 디자인뮤지엄 입구를 잇는 이 육중한 다리는 마치 한 점의 오브제(작품)처럼 설치될 예정이다. '비즈니스센터' 1·2층 서고(書庫)에 놓일 계단 역시 '거대한 설치작품'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5 평가] "흉물 될 것" vs "명소 될 것"

그간 DDP는 '역대 최다 예산이 들어간 공공건물'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건축계에선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복잡한 도시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엔 '어려운 통합(Difficult Whole·다른 유전자들이 모여 통일체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며 DDP의 독특한 형태는 정형화된 도시와 한국 건축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