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 명품 조연이라 불리는 배우들을 모아 인터뷰를 진행하는 특집을 마련한 적이 있다. 섭외하는 과정에서 몇몇 배우들이 난색을 표했다. '명품 조연'이란 타이틀이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 배우 김민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본인을 '서브 남주(남자주인공)'라고 언급한 기사에 분노를 표했다. 사실 그 기사의 골자는 김민준이 서브 남주, 즉 조연에도 주연 못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연. 한 작품에서 주역을 도와 극을 전개해 나가는 역할이거나 그 역할을 하는 배우를 말한다. 여기에 '명품'을 붙이면 명품처럼 브랜드 가치가 있는 조연이란 뜻이다. 즉 이름만으로도 보고 싶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는 배우란 뜻도 된다.

하지만 위 사례 등 심심치 않게 배우들이 '명품'이란 수식어가 붙더라도 조연 타이틀을 거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예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조연의 구분은 배우의 자존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굳이 왜 필드 밖에서 주조연을 나눠 배우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냐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를 명품 조연이라 부르는 배우들도 있다. 성동일은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를 '감초'라 부르며 "내가 주연을 하면 누가 보러오나?"라는 눙을 던진 적이 있다. 영화 '댄싱퀸'의 오나라는 뮤지컬에서 온갖 주연을 섭렵한 배우임에도 영화에서는 신인과 다름없다며 "영화 시장에 색깔 있는 남성 조연 배우분들은 많은데, 그런 여배우는 많이 없다.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다. '명품 조연'이라 불리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라고 연기자로서의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들 보다 '명품 조연'이란 수식어에 불쾌한 감정을 품는 경우가 더 많다.

관계자들과 본인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누군가 자신을 조연으로 정의내리거나 한정짓는다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다. 계속 자신을 조연이라 부르면 언젠간 주연을 할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린다는 것이다. 대중과 관계자들의 본인에 대한 시선이 단순히 조연에만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런티 등 각종 문제들이 생겨난다. 성장 가능성 없이 조연급으로만 치부될 수 있다는 것. 사람은 누군가가 불러주는 말에 의해 정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남들에 의해 조연으로 규정될 경우 한계가 분명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편의를 위해서든 관습에 의해서든 자연스러운 것이든 주조연의 구분은 이뤄진다. 그것은 작품 속 비중과 역할에 따라 나눠진다. 엄밀히 말해서 영화 '도둑들'에서 김윤석과 오달수, 김수현을 동일한 주연급으로 보기 어렵다. '7번방의 선물'에서도 김정태, 박원상, 오달수, 정만식 등 조연들의 기여도가 상당하지만 주연은 류승룡이다.

가장 큰 주조연의 구분은 투자를 받을 수 있냐 없냐에 따라 이뤄진다. 그 이름만으로도 투자사들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배우는 원톱 주연을 맡을 수 있다. 실제로 배우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해 작품 자체가 투자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작품 속 존재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명품 조연으로 불리길 거부하는 배우들은 그 수식어가 자신의 위치를 결정짓고 심지어 폄하한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 명품 조연은 이제 한국영화계에서 어떤 등급이 아니라 어떤 분야다. 이는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부르는 말에 따라 한계가 주어진다면 배우 손현주가 지난 해 드라마 '추적자'로 SBS 연기대상을 받은 일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는 영화와 TV드라마를 오가며 명품조연으로 활동해왔다. 이제 영화 '숨바꼭질'에서 원톱 주연으로 나서는데, 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는 조연을 연기한다. 이쯤되면 스스로에게 주조연의 구분은 없어 보인다.

물론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이 자신을 이정재를 받쳐주는 조연이라 부르고, 영화 '레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가 주연상보다 돋보이는 여우조연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명품 조연으로 불리는 배우들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명품 조연이 없다면, 이젠 한국영화도 없다. 관객이나 대중은 명품 조연이라 쓰고 최고의 배우라고 읽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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