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를 던지고, 땅 문서를 산다. 같은 색 땅 문서를 모두 모으면 건물을 짓는다. 지나가는 통행자에겐 임대료를 받아 부자가 된다.’

1930년대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세계 10억 이상의 인구가 즐겼다는 ‘모노폴리(monopoly)’ 게임의 규칙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거두고 승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 같은 이 게임이 실은 반(反)자본주의 교육의 취지에서 비롯했다는 사실, 얼마나 알고 있을까.

블룸버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자본주의의 승리의 전형으로 알려진 모노폴리 게임이 사실은 반(反) 자본주의를 가르치기 위해 시작된 게임”이라며 오늘날까지도 인기를 끄는 모노폴리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모노폴리는 1930년대에 정식으로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보드게임. 게임 참가자가 주사위를 던져 게임 말을 옮겨 땅을 차지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형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출시된 보드게임 ‘부루마불’과는 달리, 같은 색으로 표시된 땅 문서를 모두 사들인 후에야 땅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모노폴리(독점)’다.

기원은 1929년부터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이었다. 당시 실직자로 전락했던 찰스 대로우가 처음 고안한 게임으로 알려졌다. 1933년 손으로 직접 만들기 시작해 1935년 판권을 파커스 형제에게 넘겨 대량 생산으로 들어갔다. 대로우는 판권을 통해 얻는 로열티로 백만장자가 됐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알려진 얘기다. 다시 한 겹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모노폴리의 원형이라 할 만한 게임이 실은 20세기 초에 이미 등장한 적이 있었다. 미국 여성 엘리자베스 매기가 고안한 ‘지주의 게임(landlord’s game)‘. 매기는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의 사상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헨리 조지는 19세기 말에 출간된 ‘진전과 가난’이란 책의 저자다. 조지는 이 책에서 “땅 소유주나 건물주가 이익을 착취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독점의 폐단을 비판한 것이었다. 매기가 만든 게임 방식은 지금의 모노폴리와는 조금 달랐다. 부동산을 빌릴 수만 있지 소유할 수는 없도록 했다. 다만 시작과 끝을 분명히 정해 두지 않으면 끝없이 순환하게 되는 구조는 지금과 같았다.

1910년대 들어 미국 경영대학 교수들이 이 게임을 교육용 기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 게임에서 거래되는 부동산 가격을 경매로 정했고, 이름은 ‘옥션 모노폴리’로 바뀌었다. 게임은 기숙사에서 기숙사로, 가정에서 가정으로 퍼져 나가며 진화했다. 나중에는 철도와 시설까지 등장해 기반 시설을 장악하면 더 높은 이용료를 받는 방식이 됐다. 하지만 게임을 고안한 매기는 이 게임의 판권을 출판사에 파는 데에는 끝내 실패했다.

게임이 찰스 대로우가 살던 애틀란타로 흘러간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러스 호스킨스라는 인디애나폴리스 출신 교사가 애틀란타로 게임을 가져가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애틀란타에 살던 실업자 대로우는 이 게임에 몰두했고, 자신만의 버전으로 게임을 만들어 오늘날의 모노폴리를 탄생시켰다.

모노폴리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열기는 여전하다. 모노폴리 게임의 말(token)을 새로 바꾸기 위해 지난 1월 9일~2월 5일 사이에 진행된 투표에 전 세계 185개국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할 정도였다. 투표 결과 새로 합류하게 된 말은 고양이. 그 대신 약 80년간 게임과 함께해 온 다리미 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