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157년 전통의 브랜드 버버리는 토마스 버버리가 1856년 영국 햄프셔 지방의 윈체스터 거리에서 포목상점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버버리의 명성 뒤에는 창업주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디자인과 기능적 탁월함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1888년 토마스 버버리가 개발한 새로운 직물 '개버딘'은 지금의 버버리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개버딘은 내구성이 강하고 방수 기능까지 더한 직물로 비가 자주 오고 바람이 많이 부는 영국의 변덕스러운 기후 조건에서 혁신적이고 활용도가 높은 직물로 평가되었다.
두 아들이 참여하면서 회사 이름을 '토마스 버버리 앤드 선즈(Thomas Burberry & Sons)'로 정한 토마스 버버리는 점점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토마스 버버리는 1891년 런던 해이마켓에 최초의 매장을 오픈한 이후, 개버딘으로 만든 최초의 버버리 레인코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무게에 따라 다섯 가지 종류로 생산된 '개버딘 레인코트'는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명품'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에드워드 7세가 토마스 버버리의 개버딘 레인코트를 입을 때마다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초의 트렌치코트는 1901년 토마스 버버리가 기존의 레인코트를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만들어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트렌치(trench, 참호)'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버버리가 전장에서 혹독한 날씨를 견뎌야 하는 군인들을 위해 트렌치코트에 기능성 견장, 가죽 허리띠, 디-링(D-ring, 트렌치코트의 벨트에 붙이는 D자형 금속 테) 등을 더하면서 탄생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트렌치코트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졌다. 남극탐험에 성공한 탐험가 로알 아문센,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 존 윌리엄 앨콕 등도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극한 상황을 견뎌냈으며, 영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나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 같은 당대 명배우들이 착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100여 명의 파트별 전문 장인들의 손에서 약 300번의 공정을 거치며 예술작품을 완성시키듯 제작되고 있다.
버버리 하면 트렌치코트와 함께 떠오르는 것이 바로 '체크무늬'다. 1924년 버버리는 이 체크무늬를 브랜드의 상표로 등록해 트렌치코트의 안감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트렌치코트와 체크무늬만 봐도 자연스럽게 '버버리'라는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