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영국에서 뉴욕으로 가는 첫 항해에서 빙하에 부딪혀 침몰한 비운의 유람선 타이타닉호가 부활한다. 영화 속이 아니라 초호화 유람선 모습 그대로 재현된다.

호주의 광산 재벌 클라이브 파머가 '21세기판(版) 타이타닉'을 만드는 건조 계획을 밝혔다고 USA투데이가 26일 보도했다.

타이타닉 II의 설계도는 '오리지널' 타이타닉과 거의 같다. 길이는 883피트(약 270미터). 타이타닉보다 3인치 더 길다. 무게는 5만5800톤. 2435명의 승객과 900명의 승무원을 태울 수 있다. 배 내부에는 체육관과 터키식 목욕탕, 스쿼시 코트, 수영장, 극장, 카지노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원작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TV나 인터넷 서비스는 배 안에 들여놓지 않을 예정이다.

1912년 당시 세계 최대 유람선이었던 타이타닉은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튼을 떠나 뉴욕으로 가는 첫 항해에 나섰다가 5일째인 14일 밤, 대서양에서 빙하와 충돌하면서 침몰했다. 1517명이 숨졌다.

'타이타닉 II'는 중국에서 건조된다. 2016년 3분기쯤 승객을 태우고 항해를 시작할 예정이다. 첫 항로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해 다시 영국 사우스햄튼을 거쳐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경로다. 팔머는 "타이타닉은 꿈의 여객선"이라며 "타이타닉 II는 꿈을 실현해줄 것"이라 했다.

팔머는 타이타닉 II의 성공을 낙관했다. 벌써부터 예비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 그는 "재정적으로 수지맞는 장사"라며 "타이타닉 III까지 지어야 할 판"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다. 유람선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람선 산업이 최근 각종 사고들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달 카니발트라이엄프호가 전력이 끊기는 사고로 4200명의 승객이 바다 위에서 닷새 동안 공포에 떨었다. 지난해에는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투스카니 해안에서 좌초되면서 3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유람선 전문지 크루즈위크의 에디터 마이클 드리스콜은 "유람선 산업에 대한 안전 불감증 문제가 지난 14개월간 이어지고 있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매력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 상황이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서양의 불안정한 기후 때문이다. 주로 추운 겨울에 항해하게 될 타이타닉 II의 경우, 큰 파도와 궂은 날씨와 씨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후가 따듯한 지역의 수요는 매우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타이타닉 전문가 조셉 에드젯은 "타이타닉의 첫 번째 건조 목적은 수송이었던데 반해 타이타닉 II는 유람만이 유일한 존재 이유"라며 "초기의 관심이 끊기고 난 후가 문제일 것"이라 말했다.

침몰 참사의 대명사인 타이타닉 이름을 다시 사용한 데 대한 걱정도 있다. 뱃사람들 전통에 따르면 침몰한 배의 이름을 이어받는 것은 금기다. 에드젯은 타이타닉호로 인한 사망자들과 유족들에게 실례를 범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들은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부모를 타이타닉 사고에 잃은 폴 커즈만은 USA투데이에 "타이타닉 II가 빙하만 조심한다면 조부모님들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타이타닉 생존자의 증손자인 줄리 윌리엄스는 "증조부가 타이타닉 II로 여행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생전에 타이타닉을 다시 보고 싶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