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의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친구와 장난치면서 손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가 정학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여덟살의 이 아이는 지난 8일 자신에게 활을 쏘는 시늉을 하는 친구에게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빵' 하며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는 이유로 정학을 당했다. 정학의 이유는 '자기 자신과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을 학교에 가져왔을 때와 같은 처분이다.
정학 당한 아이의 아버지는 "인디언과 카우보이를 흉내 낸 놀이였을 뿐이었다"고 항변했다. 실제 A군 학급은 학기 중에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역사에 대해 배웠고, '사슴 사냥 노래'를 배웠다.
사소한 장난 때문에 학생이 정학 당한 것은 두 달 전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20명이 숨진 이후 학교 측이 총기 관련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는 어린이의 장난에 정학 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일이 있기 열흘 전에는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한 초등학생이 스쿨버스에서 장난감 총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가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가지고 있던 총은 '1000원 숍'에서 산 장난감으로 끝 부분에 오렌지색칠이 된 것이었다. 그는 구치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기소됐고, 범죄 기록이 남게 됐다.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유치원에서는 다섯살 여자 어린이가 "총을 가져와서 쏘겠다"고 말했다가 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가 말한 '총'은 헬로 키티가 그려진 분홍색 장난감으로 비눗방울을 내뿜는 총이었다.
학부모들은 총기 관련 사고에 민감한 학교 입장에는 이해하면서도, 어린아이의 한순간 실수가 학생을 문제아나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을 우려한다.
'손가락 총'으로 정학을 받은 아이의 변호사인 로빈 피커는 "샌디훅 사건 이후로 총기 과민반응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을 세 번째 맡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기록들이 어린 학생들을 평생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극적인 사고 이후라 할지라도 학교 선생님들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2013.02.20. 17:53업데이트 2013.02.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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