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외부 자문위원회의 비상임 위원을 지낸 사실을 들어 "국가관이 의문스러운 인사에게 정부 핵심 부처를 맡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의 미 해군 7년 복무와 미국을 '조국'으로 불렀다는 과거 발언까지 묶어 "김 후보는 검은 머리 미국인"이라며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동의(同意)하기 힘든 주장들이다. 김 후보는 아버지를 따라 이민 가 미국 국적을 얻은 미국인이었다. 대한민국은 그의 능력을 빌리고 싶어 이번에 자신의 옛 조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겠느냐고 권유했다. 그는 이 권유를 수락했고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가 미국 국민이었을 때 미국을 조국으로 불렀다는 게 뭐가 이상한 일인가.

그는 미국 국민이던 2007년 미 정부 요청으로 CIA 비상근 자문위원을 맡아 4년 동안 일했다. 그와 함께 자문위원을 맡은 사람들은 미국 최고의 사이버 안보 전문가들이다. 그가 미국 국민이던 시절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으면 장관 자격이 있지만 그 요청을 받아들였으니 장관 자격이 없다는 건 이상한 논리다. 김 후보는 자기가 미국 국민이었고 그때 CIA 외부 자문위원을 역임한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서 그에게 대한민국에 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엊그제까지 국적이 미국이었던 김 후보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국익만을 위하겠다"고 다짐하더라도 한·미 간 이해(利害)가 결정적으로 맞부딪칠 때 끝까지 한국 국익을 대변할 것이냐는 의문은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장관으로서 법적·정치적 책임, 그리고 퇴임 후 활동 범위에 관한 대한민국 법률로써 규율하면 되는 일이다.

그가 CIA 자문위원을 했다고 해서 의문을 더 강하게 갖는다면 CIA에 대한 미국 국민의 인식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수 대학 최우수 졸업생들의 지망 일터에서 CIA는 최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김 후보처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미국 국민은 CIA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며 그런 경력을 자랑스러워 한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석학(碩學)들 가운데엔 젊은 시절 CIA에서 활동한 이가 수두룩하다. 김 후보가 CIA의 외부 자문위원을 역임한 사실에, 정치에 비합법적으로 개입했던 우리 정보기관의 과거를 겹쳐 생각하는 건 적절치 않다.

우리는 2년 전 공무원법을 고쳐 국가 안보와 보안, 기밀에 관한 분야가 아닌 한 외국인도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재라면 어느 나라 누구라도 영입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솔직히 말해 정말 걱정되는 건, 창의를 존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문화에서 성공한 김 후보가 우리 사회의 외부인 배척 분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 기초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나라엔 새로운 먹거리, 젊은이에겐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한국 기업을 기술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탈바꿈시킬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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