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별빛 샤워 어때요?"

"별빛 충전 오케이! 번개 장소는요?"

천문동호회 플레이아데스(Pleiades) 회원들은 아직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요즘에도 가끔 '번개 관측'에 나선다. 본래 한 달에 한 번씩 미리 날짜를 잡고 장소를 예약해 정기 관측을 떠나지만, 중간 중간 회원끼리 뜻이 맞으면 이렇게 즉흥 관측을 가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도 충북 충주로 번개 관측을 다녀왔다. 이들에게 천체 관측은 '별빛 샤워'로 통한다. 도심을 벗어나 밤하늘 청명한 공기와 그윽한 별빛을 마음껏 만끽하다 오자는 의미에서 자신들끼리 사용하는 말이다.

천문동호회 플레이아데스 회원들이 지난 18일 밤 함께 모여 별자리를 관측하고 있다.

국내에 천문동호회가 적지 않지만, 플레이아데스는 너무 심각하지 않게, 너무 부담되지 않게, 밤하늘 즐기기를 모토로 하고 있다. 값비싼 장비를 동원해 전문 연구자 수준으로 하늘을 보자는 게 아니라, 일반인 수준에서 별을 통해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고 어릴 적 순수했던 마음도 떠올려 보자는 취지다. 덕분에 회원(3900명) 가운데 여성 회원(약 2000명)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회장인 서보경(31·직장인)씨는 "전문가 수준의 회원도 적지 않지만, 즐겁게 별 보기를 즐기는 회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동호회 이름인 '플레이아데스'는 겨울에 많이 보이는 별자리인 황소자리 안에 있는 별 무리를 가리키는 말에서 따왔다. 젊은 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별 무리다.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은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공기가 맑은 곳이다. 강원도 철원의 백마고지 부근, 경기도 양평, 인천시 강화군, 충북 충주나 제천 등이 바로 그런 장소다. 회원들끼리 같이 차를 타고 가고 현지에선 주로 지대가 높은 곳을 찾아간다. 회원 김형미(30·초등학교 교사)씨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밤하늘이 맑구나 싶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정기 관측 때는 숙소를 정해서 밤새 야외에서 관측하고 다음 날 돌아오기도 한다. 번개 관측 때는 야외에서 두세 시간 별을 보다 귀가한다. 처음에는 눈으로 관측하고 그다음 동호회서 공동으로 마련한 천체 망원경이나 전문가 수준의 회원이 가지고 온 천체 망원경으로 관측해나간다.

관찰 대상은 은하계 내에서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별뿐 아니라, 본래 빛은 안 내지만 목성이나 토성처럼 지구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밤에도 관측 가능한 일부 행성까지 다양하다. 은하계 내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 일정이다. 봄에는 사자나 처녀 자리, 여름에는 백조나 거문고자리, 가을에는 안드로메다와 페가수스자리, 겨울에는 오리온자리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회원 임선영(32·직장인)씨는 "각 별자리를 구성하는 꼭짓점 별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그 별자리의 전설을 떠올리다 보면 금세 밤하늘의 정취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김형미씨는 "학생 시절 밤늦게 공부하고 집에 갈 때 별을 보며 상상에 잠겨 보곤 했는데 그때 기억이 난다"며 "이젠 아이들 공부 가르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령 목성이나 토성은 서울에서도 밤하늘이 맑은 날이면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찰 도중 서로의 별 관측 집중과 분위기 방해를 막기 위해 휴대폰 불빛이나 소리 나는 것만 주의한다면 누구든 손쉽게 별의 세계를 만끽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별 관찰뿐 아니라 별과 함께 느끼는 자연의 정취를 동호회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는다. 특히 계절별로도 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가령 겨울은 날이 춥지만 대기가 맑고 건조해 관측이 수월하고, 여름은 겨울보단 관측이 어렵지만 오랜 시간 야외에서 자연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보경씨는 "여름 밤 야외에서 돗자리를 깔아 놓고, 스마트폰이나 무선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별을 관측하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가람(31·직장인)씨는 "말로만 얘기하는 것과 막상 주변이 고요한 자연에서 직접 밤하늘 별을 관찰할 때의 느낌은 천지 차이"라며 "보면 볼수록 무한한 신비로움과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회원들은 이런 별 관측 동호회 활동을 통해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 몸과 마음 모두 재충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임선영씨는 "별을 보면서 우주를 생각하고 그러다 나를 생각해 보면 내 주변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작은 것인가 문득 깨닫게 된다"며 웃었다. 임씨는 "그렇게 웬만한 것들은 흘려버리고 잊으면서 새로운 한 주, 한 달을 설계해간다"고 말했다.

플레이아데스 회원들은 다시 날이 따뜻해지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회원들은 "공기 좋은 교외에서 밤하늘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즐기는 별 감상은 멋진 예술 작품을 체험하는 느낌"이라며 "그게 우리가 여전히 별빛이 부족하다며 '별빛 샤워 고고'를 외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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