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앞둔 '환자'는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의료진은 척추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검사가 가능한지 살펴보고, 마취제를 투여했다. 이내 곧 잠이 든 환자에게 산소호흡기가 연결됐다. 이렇게 해서 애완견 '둘리'(푸들 품종)의 MRI 촬영은 30분 만에 무사히 끝났다. 동물은 촬영 시 마취가 필요하다. '둘리'는 현재 척추질환을 앓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국동물영상의학센터에서는 이런 애완견 MRI 촬영이 매일 5~6건 이뤄진다. 센터는 최근 한 대에 20억원 가까이 하는 고성능 MRI를 들여와 가동 중이다. 의료기기 전문회사인 독일 지멘스사(社)의 1.5테슬러(자기장의 단위) MRI를 설치했다. 대학병원급에서 사람의 암을 진단하고 뇌질환을 판정하는 기기와 똑같은 기종이다. 촬영 비용이 마취료를 포함해 60여만원인데도, 지방에서 비행기로 애완견을 데려와 MRI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과거에는 동물용 MRI는 사람용으로 쓰다가 낡은 장비를 쓰는 정도였다.

서울 청담동 한국동물영상의학센터에서 애완견이 첨단 의료 영상 장비인 MRI 촬영을 받고 있다.

요즘 애완견 애호인 1000만 시대를 맞아 동물 의료가 날로 고급화되고 있다. 덩달아 동물 진료비도 치솟고 있다. CT(컴퓨터단층촬영)나 초음파 등에도 사람에게 쓰는 의료기기가 동원돼 심장 초음파 검사비가 18만원, 복부 초음파는 12만원인 곳도 있다.

당뇨병을 앓는 애완견에 한 달에 100여만원 하는 인슐린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백내장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갈아주는 수술은 300여만원이 든다. 드물지만 부정맥으로 급사 위험이 있는 애완견에 2000여만원을 들여 심장 박동기를 몸 안에 심는 경우도 있다. 최근 애완견에게 퇴행성 관절염 무릎 수술을 시킨 최모(28)씨는 "10년째 같이 산 애완견이라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치료비가 부담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애완견 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 병원 수도 늘었다. 서울·경기 지역 동물 병·의원 수는 2006년 1254개에서 2012년 1567개로 늘어났다. 6년 새 25% 증가한 수치다. 대형화하고 체인화해 1차→2차→3차 의료 전달 시스템도 생겼다. '동물 환자'를 이송하는 앰뷸런스까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진료비와 부실 치료 등으로 의료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애견협회 등에 접수된 분쟁 사례에는 애완견 다리 골절 수술에 720만원이 청구된 경우도 있다. 동물 기생충인 심장사상충 감염 치료와 예방 백신 비용으로 150만원을 냈다며 불만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한편으로는 고액의 동물 치료비 부담으로 유기견도 늘어나, 한 해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수가 약 10만 건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이영순 명예교수는 "동물들도 노령화를 겪어 치료 시장이 커지다 보니 한 해 배출되는 수의사 500여명 대부분은 개원(開院) 시장으로 빠져나간다"며 "구제역 예방이나 축산 검역 등 공중보건 분야와 실험동물 관리 분야에는 수의사가 모자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