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여섯 남자들의 날 것 그대로의 일상을 담아 조미료 없는 웃음을 만들었다.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채로우면서도 연속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안만 찾는다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는 혼자 살고 있는 6명의 남자 연예인의 품격 있는 사생활을 담은 구성. 이날 방송은 기러기 아빠인 김태원과 이성재, 주말 부부인 한상진, 그리고 미혼 3인방(김광규, 데프콘, 서인국) 등의 여섯 남자들의 혼자 살아가는 일상이 공개됐다.
우선 6명의 남자들은 혼자 살아가는 일상을 공개하기에 앞서 MC 노홍철의 진행 하에 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사람이 그리워서 그렇지 혼자 사는 것이 싫지 않고 처량하지 않다”고 남자가 혼자 사는 삶도 아름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꾸미지 않은 그대로 품격 높은 일상을 보여주겠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삶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홀아비 냄새가 폴폴 나는 궁상 맞은 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관찰 카메라를 통해 공개된 여섯 남자들의 일상은 처절해서 웃겼다. 성격에 따라 사는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외롭기 그지 없었고 궁상 맞은 것은 공통점이었다.
아침부터 처량하게 중국요리를 시켜먹는 이성재나 설거지를 하지 않아 집 싱크대가 엉망인 김태원은 전형적인 기러기 아빠였다. 물론 깔끔한 성격의 한상진은 조금 달랐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똑부러지게 이불정리를 하며 앞서 공개된 두 사람과 차이를 보였다. 그래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걸그룹 멤버들의 춤과 노래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아저씨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미혼 3인방 역시 애처롭기는 유부남 3인방과 비슷했다. 외모와 달리 청결한 데프콘 역시 인터넷 뉴스를 보거나 아파트 안내방송에 집중하는 처량한 모습을 보였다. 집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엉망진창인 곳에서 사는 서인국과 택배가 끊이지 않고 오는 홈쇼핑이 일상화가 된 노총각 김광규의 삶은 자극적인 웃음 장치 하나 없는데도 불구하고 화면만으로도 웃음이 빵빵 터졌다.
이 프로그램은 파일럿 방송에서 KBS 2TV ‘인간의 조건’과 SBS ‘땡큐’ 등과 마찬가지로 다큐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제작진의 손길이 덜 묻은 것처럼 느껴지는 구성은 인공적이지 않아서 신선했다.
관찰 카메라로 담은 여섯 남자들의 일상은 인공적이지 않은 담백한 웃음을 만들었다. 여섯 남자들이 담담하게 전하는 일상은 웃기려는 강박감이 없었기에 시청하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또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와 별다를 게 없는 여섯 남자들의 일상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관찰 카메라로 담은 일상이 공개된 후 여섯 남자가 왜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가족과 부대끼는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는 아쉬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과정은 격하게 공감을 샀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을 받기 위해서는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향후 정규 편성이 됐을 때 소재 고갈 등의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