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조차 점점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김치 담그기가 의외의 사건으로 무척 쉽고 재미있는 일로 재탄생하는 '마법'이 일어났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49) 여사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직접 김치를 담갔다는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면서다. 한국 네티즌들은 "오바마 김치, 나도 따라 해봐야겠다"며 탄성을 지르고 있다.
미셸 여사는 지난달 29일 백악관 내 텃밭에서 기른 배추와 브로콜리를 수확했다고 알린 데 이어 이날 "그 배추로 우리 부엌에서 김치를 담갔다"며 완성된 배추김치 두 포기를 아담한 유리병에 나눠 담아 사진과 함께 조리법을 올렸다. 미셸은 9일 자신이 펼쳐온 비만 방지 건강 캠페인 렛츠 무브(Let`s Move) 3주년을 맞는데 '신선한 채소로 집에서 만든 건강식품'의 대표 사례로 김치를 꼽은 셈이다.
'간단한 김치(Simple kimchi)를 직접 담가보세요'란 제목으로 소개된 오바마의 김치는 샐러드만큼이나 간단해 보인다. 굵은 소금 한 컵으로 배추 두 포기를 절이고 생강 1큰술, 다진 마늘 4쪽, 채 썬 부추와 무 한 움큼, 태국 고추 혹은 한국산 고춧가루 5큰술 등으로 재료도 조촐하다. 요리는 배추 절인 뒤 물기 짜내기→재료 다 섞기→밀봉해 냉장 보관하기 3단계로 끝난다.
오바마 대통령 가족은 오래전부터 김치·불고기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여사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김치 담그는 법을 나름대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김치 만드는 법에 미국인들을 위한 김치인 만큼 설탕을 1큰술 넣고 '채식주의자는 생선 액젓은 빼도 된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여사의 김치 조리법엔 '한국산 고춧가루' 외엔 어디에도 '한국'이란 말이 없다. 미국에서 김치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반명사가 돼 있다는 방증이다. 휴 잭맨, 기네스 펠트로, 제시카 알바 등 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김치를 즐기고 있다. 뉴욕·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도 김치는 인기 음식이다. 뉴욕타임스엔 총각김치·오이소박이 담그는 법까지 소개될 정도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치는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는 저렴한 건강보험"이라며 "김치가 특히 비만과 노화 문제에 민감한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