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신임 대한축구협회장이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의 기자회견에 깜짝 출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20년간 비주류의 길을 걸은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67),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은 '금단의 땅'이었다.

치열했던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28일 막을 내렸다. 허 회장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2전3기의 도전이었지만 눈물로 마침표를 찍었다. 1차 투표에서 8표로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투표에서 현대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선된 정몽규 축구협회장(51)은 1차에서 7표를 받았다. 결선투표에서 8표를 더해 15표를 얻었다. 허 회장은 1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는 1997년과 2009년 두 차례 축구협회장(1997년, 2009년)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허 회장이 31일 축구회관을 찾았다. 여권의 심장인 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유가 뭘까. 허 회장은 선거 다음날 마음의 짐을 벗기로 결심했단다. 정 회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정 회장도 흔쾌히 수락했다. 꽁꽁 얼었던 보이지 않는 불신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4년 전 선거는 후유증이 컸다. 실망과 상실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하지만 이번 선거 다음날에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의외로 맑았고 한 가지 빠져있다는 것을 느꼈다."

해방감이었다. 반목과 질시의 시대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대의원들의 표심은 얻지 못했지만 현장 지도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는 "저를 지지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위로와 격려도 있었지만 누군가를 향해 폭발할 듯한 분노도 적지 않았다"며 "한번 전화를 걸면 지도자 6~7명이 바꿔가며 한국축구를 걱정하며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고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다. '선거에 져서 내가 큰 죄를 지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 좌절의 상처를 넘어 이제는 새로운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깨달았다. 나를 지지했던 분들도 이제는 감정의 응어리를 풀고 화해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외람되지만 내가 패배자로서 다시 서게 된 이유다. 나를 지지한 분들의 짐을 벗어주고 싶다. 이제는 축구가 더 이상 반목을 해서는 안된다.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GS그룹을 창업한 고 허만정 회장의 일곱번째 아들인 허 회장은 보성고와 연세대를 거쳐 신탁은행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 이번 선거에 나선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축구인 출신이었다. 최순영 전 축구협회장이 재임하던 1980∼1989년 국제담당 이사와 김우중 전 축구협회장 체제였던 1990∼1991년 국제담당 부회장 겸 상비군관리위원장(현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현대가가 축구 대권을 잡은 후 음지에 있었다. 허 회장은 1999년 견지동 축구회관 시대가 마감된 뒤 신문로 시대가 열렸지만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균열의 세월은 그만큼 혹독했다. 허 회장은 "1997년 첫 선거 이후 축구협회장 선거에 도전하면서 16년간 축구계의 '야당'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한 사람의 축구인으로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축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 더는 나서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4년 전에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축구회관 기자회견장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는 거절당했는데 이번에는 정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이고 여러모로 신경을 써줬다. 이런 부분만 봐도 변화와 소통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웃었다. 또 "정 회장이 회사를 오래 경영해오고 국제감각도 탁월해 걱정이 없다. 특히 올해 51세로 젊은 분이 새 수장이 된 만큼 협회 인사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허 회장의 기자회견은 그렇게 끝이 났다.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예기치 않은 깜짝 만남이 이뤄졌다. 정몽규 회장이 출현했다. 둘은 뜨겁게 악수를 했다. 허 회장은 "이런 곳까지 왜 오셨느냐"며 감사해 했고, 정 회장은 "당연이 와야죠.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축구는 여와 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둘의 미소는 소통과 대통합을 향한 새로운 얼굴이었다. 화합의 시대가 희망차게 닻을 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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