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남의 한 특급 호텔에서 적발된 성매매업소‘실장’과 성매매 여성.

드라마 제작 발표회나 각종 기자회견 장소로 인기 높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N호텔. 지난 17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 직원 6명이 차례로 로비에 들어섰다. 성매매 업주 최모(42)씨는 손님을 가장한 경찰과 통화하며 "N호텔 12○○호에 가면 연예인급 여성이 대기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 환불하겠다"고 말했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호텔 객실에는 콘돔 등 성인용품이 널려 있었고, 성매매 여성 조모(27)씨가 앉아 있었다. 객실로 화대(花代)를 받으러 온 '실장' 정모(40)씨와 인근 S호텔에서 성매매를 마친 정모(여·23)씨가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서울 강남권 특급 호텔 7군데를 돌아가면서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했다. 낌새를 눈치챈 업주 최씨는 달아났다.

유흥 주점 인근 모텔이나 중소형 관광호텔에서 벌어지던 성매매가 이제 특급 호텔까지 번졌다.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작년 10월부터 지난 17일까지 인터넷 사이트 두 곳에 '연예인급 여성과 화끈한 만남, 애인 모드, 골프 투어'라는 광고를 싣고 호텔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이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업주 최씨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성매매 무대로 삼은 특급 호텔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7개소이다. 최씨 일당은 1인당 화대 35만~80만원을 받고 빌린 호텔 객실에서 손님 2~3명을 차례로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인터넷 광고에 성매매 여성 23명을 연예 기획사 소속 여성, 전직 레이싱걸, 스튜어디스 등으로 소개했다. 최씨 일당은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의 특급 호텔을 돌아가면서 성매매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이들은 호텔 로비에 망보는 사람도 따로 세우고, 예약 사이트를 통해 객실을 예약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단속된 호텔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구 호텔 5곳과 서초구 호텔 2곳에서도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일부 호텔은 성매매를 묵인, 사실상 풀살롱(룸살롱과 성매매 숙박업소를 한 건물에 모아 놓은 유흥업소)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며 "한 건물에 숙박·유흥업소가 붙어 있는 관내 51개 업소를 특별 관리해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