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인근 카리브 해에 있는 영국령(領) 케이만군도가 불법 탈세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헤지펀드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케이만군도 통화국(CIMA)은 역내에 거점을 둔 수천 개의 헤지펀드와 운용 책임자 명단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 앞으로 역내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업구조와 관련된 법률을 준수하고 별도의 승인절차도 거쳐야 한다. CIMA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헤지펀드들에 보냈으며, 오는 3월 중순까지 이들과의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케이만군도의 이번 조치는 경제위기 속에서 낮은 세금을 앞세워 기업과 헤지펀드를 유치해 온 '조세 피난처'들이 기업과 헤지펀드의 탈세를 돕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헤지펀드 투자자들도 자신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과 사람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대형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를 담당하는 헤르메스 BPK의 운용책임자 빈센트 반덴브루크는 "우리는 헤지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라고 요구해 왔다"며 "(조세 피난처) 책임자들이 관리감독은 안 하고 무조건 도장만 찍어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만군도뿐 아니라 맨섬(Isle of Man·영국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위치한 섬) 등 다른 조세 피난처도 기업과 금융계좌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