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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멋 규방의 맛

이숙인 등 지음|글항아리|456쪽|2만8000원

"개를 살만 대강 삶아 뼈 발라 많이 썰어 새 물에 참깨를 볶아 찧어 넣고…." 이문열 소설 '선택'의 주인공인 안동 장씨 부인 장계향(1598~1680)의 요리책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개장국 끓이는 법이다. 17세기 말 쓰인 '음식디미방'은 여성이 한글로 쓴 첫 요리서로 주목받았다. 이보다 앞선 요리서는 세조 때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1450년쯤 썼다는 '산가요록(山家要錄)', 16세기 김유가 쓴 '수운잡방(需雲雜方)' 정도로 모두 한문책이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통해 조선의 음식문화를 살핀 이 책은 식품학자·한의학자·민속학자·철학자 5명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 공동연구다. 김유·장계향은 안동 등 경상도 북부 지역에 살았기에 조선 중기 이 지역 사대부 가문의 음식·문화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146가지 음식 조리법을 소개한 '음식디미방'의 식재료 종류와 수급 경로다. 붕어·대구·청어·숭어 같은 생선류부터 꿩·멧돼지·개·닭에 곰발바닥까지 식재료만 133종이다. 장계향이 살았던 안동·영양·영덕의 산과 들, 하천과 바다에서 나는 것들로 다양하다. '음식디미방'에 가장 많이 쓰인 육류·가금류는 꿩고기·개고기 순이다. 꿩고기는 만두, 달인 해삼, 대구 껍질 느르미 요리 등 다양하게 들어갔다. 소는 농사를 짓는 귀한 식구였기에 쇠고기는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상도 양반들은 여름 복날 사랑방에 손님이 오면 개고기로 장국을 끓여서 대접했다.

진귀한 중국 요리에 속하는 곰발바닥 요리법도 나온다. 장계향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허균은 "곰발바닥은 산골에 모두 있다"고 썼다. 장계향은 석회를 끓는 물에 넣어 곰발바닥을 부드럽게 만드는 '비법'을 소개했다.

김유(1491~1555)가 쓴 '수운잡방'은 술과 국수·김치·식초·과자 만드는 법까지 실었다. 16세기 선비가 요리책을 쓰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그는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 은거했다.

그의 호를 딴 정자 '탁청정(濯淸亭)'은 각지의 문인들과 교유하는 아지트였다. 퇴계 이황도 손님 중 하나였다. 그가 쓴 김유 묘지명엔 '주방에는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며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넘쳤다. 생전에 반갑고 귀한 손님들이 모여드는 것을 크게 기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유학자 김유의 음식 사랑을 단순히 개인의 취미 생활이 아니라, '주역'과 연결해 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는 시각이 흥미롭다.